‘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문제가 불거진 부산지역 건설업자 뇌물사건 재판기록을 요청했으나 대법원이 이유도 없이 이를 거부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등을 기각한 데 이은 것이다. “법원이 내부 비리 은폐를 위해 철통방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재판개입 의혹 수사에 필요하다”며 건설업자 정아무개(54)씨의 뇌물공여 사건 재판기록에 대한 열람·복사를 허용해달라고 대법원에 청구했지만 거부당했다고 31일 밝혔다. 해당 사건은 공개재판으로 진행됐고, 사건을 수사한 당시 부산지검 소속 검사들이 요청한 사안이었음에도, 대법원은 거부 사유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 쪽은 “검사의 재판기록 열람복사 허가 여부는 당해 재판부의 고유권한”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뇌물 5천만원을 건넨 혐의로 2015년 8월 기소돼 1심에서 무죄,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정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그로부터 향응·골프장 접대를 받은 당시 부산고검 소속 문아무개 판사(지난해 초 퇴직)가 재판 내용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한다. 이후 검찰로부터 관련 내용을 통보받은 법원행정처는 문 전 판사에게 구두경고만 했다.
검찰은 최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2016년 9월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이 작성한 ‘문아무개 판사 관련 리스크 검토’ 문건을 확인해 이 사건은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해당 문건에는 당시 법원행정처가 부산고법 해당 재판부에 대해 기일을 “1∼2회 추가하라”는 등 구체적인 ‘재판 지휘’로 의심되는 대목들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정씨와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진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설득해 상고법원을 관철할 목적으로 문 전 판사의 비위를 덮고 일선 재판에까지 개입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문 전 판사의 사무실과 현 전 수석의 구치소 수용실을 압수수색해 증거를 확보할 방침이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7일 “별건 수사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문 전 판사의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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