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여원에 이르는 뇌물을 수수하고, ‘다스’의 자금 35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5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전 대통령이 폭염에 따른 수면무호흡증과 당뇨병 악화 등의 이유로 30일 병원에 입원했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수감된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교도관으로 근무한 <한겨레> 오승훈 기자가 MB를 비롯한 교정시설 수용자들의 ’여름나기’에 대해 후일담을 전한다.
‘MB’도 견디지 못한 ‘여름징역’.
여름징역은 겨울보다 더 혹독하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 하나로 많으면 8명, 적게는 4명의 수용자가 여름을 나야한다. 수용자의 입장에서 같은 방 사람은 그저 ‘열덩어리’일 뿐이다. 이 전 대통령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통상 4명이 생활하는 중방(10.3㎡, 3명 정원)에 ‘나홀로’ 수감돼 있어 선풍기를 혼자 쓴다. 다만, 그가 수감된 12층이 제일 꼭대기층인 까닭에 복사열로 방이 더 덥다. 물론 그가 수용된 한 사동 전체를 비운 탓에 다른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로부터는 자유롭다는 이점도 있다.
사실 이 전 대통령은 교도관들에게 투명인간에 가까웠다. 사동 근무자와 허가받은 구치소 관계자 외에 수용동 출입이 제한되는 까닭에 일반 교도관들은 이 전 대통령 소식을 외부 언론을 통해 듣는 경우가 많았다. 그에 대해 물어봐도 아는 것이 많지 않거나 대부분 말을 아꼈다. 한 교도관은 “이 전 대통령 관련 수용자 기록 중 죄명과 입소일자, 주민번호 등 일반적인 내용을 제외한 주요 접견인 항목 등의 내용은 관계자 외에 접근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인가 받은 관리자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정보는 철저히 관리되고 있는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을 접견 온 MB 측근들은 구치소장을 비롯해 구치소 관계자들에게 하나같이 깎듯한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전직 고관대작들의 공손한 태도에 교도관들은 어리둥절하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고령에 지병으로 외부 병원에 입원이라도 했지만, 대부분의 수용자들은 방안 화장실 물을 끼얹으며 여름을 나고 있다. 일부 수용자들은 열기를 식히려 아예 화장실 물을 틀어놓고 지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교정시설 쪽에선 폭증하는 물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단수시간을 두는 방안도 마련했지만 역부족이라고 한다.
여름징역을 힘들게 하는 건 더위 만이 아니다. 악취도 한 몫 한다. 동부구치소 같은 최신시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노후 교정시설은 한 여름 화장실에서 올라오는 악취로 수용자나 교도관 모두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한다. ‘범털’(돈과 권력이 있는 수용자를 일컫는 은어)이나 ‘개털’(범털의 반댓말)이나 여름징역은 고되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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