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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당신에겐 이 책을 추천! 어디든지 가는 ‘페미니즘 책장’

등록 2018-07-25 16:24수정 2018-07-25 18:57

페미니즘 책 추천 ‘책장 동기화하기’ 프로젝트
참가자에 이동식 책장 속 책 추천하고 함께 읽기
가정폭력 피해자에 ‘이상한 정상 가족’
시부모 갈등엔 ‘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 추천
“175권의 책 학교·직장 어디든 갈 준비”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whatreallymatters-마포디자인출판지원센터’에서 ‘책장 동기화하기’모임이 열렸다. 모임 외에도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8월31일까지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볼 수 있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whatreallymatters-마포디자인출판지원센터’에서 ‘책장 동기화하기’모임이 열렸다. 모임 외에도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8월31일까지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볼 수 있다.
‘페미니즘 선언’, ‘이상한 정상 가족’ ‘페미니즘을 퀴어링’…

지난 12일 저녁 7시 마포구 홍대 인근 한 전시 공간 테이블에 책 6권이 놓였다. 책 위에는 사람 이름과 함께 가부장제·남아 선호·백래시 등 페미니즘과 관련된 익숙한 용어들이 적힌 메모가 있었다. 낯선 공간을 서성이던 5명은 자신의 이름을 찾아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이들은 약 두 시간 동안 자신에게 추천된 책을 통해 페미니즘의 세계와 접속했다. 지난 5일에 이은 두 번째 모임이었다.

경첩으로 접히는 작은 책장에 페미니즘 책 175권이 꽂혔다. 책장 바닥엔 바퀴가 달렸다. 페미니즘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간다는 의미다. ‘책장 동기화하기’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여성 그래픽디자이너 정책 연구모임’(여성디자이너 모임) ‘우’(WOO)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이 기획했다. ‘WOO’는 지난 2016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번진 ‘#문화계_내_성폭력’ 운동 이후 여성 그래픽디자이너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결성된 한시적 모임이다. 프로젝트에 사용된 책장도 WOO의 스터디 모임인 ‘우! 스쿨’이 기획한 ‘우! 북클럽’에서 만들었다. 현재 ‘책장 동기화하기’ 프로젝트는 ‘whatreallymatters-마포디자인출판지원센터’에서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동기화팀’은 모임 신청자들에게 모임 며칠 전 설문을 보냈다. 설문엔 ‘페미니즘에 처음 눈뜨게 한 사회현상은’ ‘당신은 어떤 페미니즘 독자인가’ ‘독서를 통해 만나고 싶은 페미니즘 이슈’ 등 다섯 가지 질문이 담겼다. ‘동기화팀’은 설문 내용에 따라 이슈·관심사·가치관을 정립하고 싶은 분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참가자들에게 ‘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페미니즘 도서’를 제안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어머니가 가정폭력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남성 김아무개(26)씨는 가족 안에서 아이의 인권이 어떻게 짓밟히는지를 다룬 책 ‘이상한 정상 가족’을 추천받았다. 김씨는 “겁이 많아 아버지를 제지하지 못했다. 예술고등학교 등 여성이 많은 곳에서 학교에 다니며 자연히 남성권력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시부모님한테서 “너와 네 남편이 동등하다고 생각하니?”라는 질문을 받고 언쟁을 한 그래픽디자이너 ㄱ씨에게는 ‘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는 책이 추천됐다. ㄱ씨는 “가정 내에서 기혼여성들이 겪고 있는 고충이 제대로 사회에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기혼여성들이 가정 내에서 어떻게 투쟁하고 전복을 꾀했는지 사례를 알려주는 책이 필요했다”며 추천받은 책에 만족감을 표했다.

참가자들은 약 2시간 동안 ‘동기화팀’에게서 추천받은 책을 읽거나 자유롭게 다른 책들을 살펴보면서 중간중간 이 프로젝트의 책임기획자인 김린씨와 대화를 나누고 추가로 한권씩 더 추천받았다. 이후 참여자들은 인상 깊었던 문구를 출력하거나 메모지에 옮겨 적어 다른 사람들과 공유했다. 혜화역 시위에도 갔다는 최아무개(27)씨는 ‘페미니즘 선언’이라는 책을 추가로 추천받았고, 책 내용 중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드센 년은 어디든 간다’라는 문구를 프린트했다.

김린씨는 지난 1, 2차 모임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대체로 안고 오는 고민으로 ‘레디컬 페미니즘’을 꼽았다. 그는 “참가자들은 ‘어느 수위까지 용인할 것인가’ ‘자신이 레디컬 페미니즘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2차 가해 하는 것은 아닌가’ 같은 고민을 안고 온다”며 “세부 관심사에 따라 다르지만 레디컬 페미니즘의 역사와 구조를 다룬 ‘레디컬 페미니즘’이라는 책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책을 추천받은 사람 중 일부는 ‘한국 레디컬 페미니즘과 모순된 지점을 발견했다’는 내용의 후기를 남겨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동기화팀’은 바퀴 달린 책장을 가지고 학교나 기업을 찾아 ‘동기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김린씨는 “우리가 찾아가지 않으면 이 책장을 만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가는 게 목적”이라며 “조직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2030이나 페미니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동기화 책장 속 책은 8월 31일까지 마포구 ‘whatreallymatters’에서 열람할 수 있다.

글·사진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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