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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특검, 여론조작 본류 대신 곁가지 수사하다 난관 부닥쳐

등록 2018-07-23 19:08수정 2018-07-24 20:21

드루킹 특검 수사 차질 불가피
경공모 불법자금 ‘우회로’ 뚫다
수사 중반 대형 돌발변수 직면
우선순위·일정 전면조정 불가피

남은 30여일 의혹 ‘본류’에 집중
김경수·송인배 등 조사 속도낼 수도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가운데)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브리핑룸에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 브리핑을 마친 뒤 승강기에 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가운데)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브리핑룸에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 브리핑을 마친 뒤 승강기에 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오는 27일로 수사 기간(60일)의 절반을 소진하는 ‘드루킹’ 특검팀이 23일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수사 연장(추가 30일)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은 편이어서, 특검팀이 짜놓은 수사 로드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시작부터 경찰의 초동수사 실패라는 ‘한계’를 안고 출발한 특검팀은 그동안 ‘수사 본류’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로 직진하지 않고 ‘밑돌 쌓기’ 또는 ‘우회로’를 뚫는 데 주력했다. 쉽게 입을 열지 않고 있는 ‘드루킹’ 김동원(구속)씨 대신 그가 주도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관련자들을 압박하는 전략이었다. 드루킹과 김 지사를 연결하는 고리인 도아무개 변호사가 수사 타깃이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댓글조작의 ‘대가’로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앞서 경찰은 연간 10억원이 넘는 경공모 운영비 내역을 뒤늦게 조사하던 중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경공모→도 변호사→노 의원’으로 이어지는 불법 정치자금 관련 혐의를 포착했지만,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특검팀에 이를 넘겼다.

하지만 애초 드루킹 특검법의 핵심 수사 대상은 ‘정의당’이나 ‘노회찬’이 아니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특검법안 명칭에 ‘민주당원’, ‘김경수’라는 단어를 넣자고 주장하며 여당과 공방을 벌였다. 여야가 합의한 특검의 수사 대상은 ①드루킹 등이 저지른 불법 여론조작 ②여론조작 수사에서 밝혀진 관련자 불법 행위 ③드루킹의 불법 자금 ④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 등 네가지다. 특검팀은 ‘여론조작’이라는 수사 본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노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혐의를 ④번으로 분류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도 초반 수사가 ‘우회로 확보를 위한 곁가지에 집중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특검팀 브리핑과 언론 보도 역시 ‘노회찬 수사’로 모아졌다.

특검팀은 이날 수사를 일시 중단하고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향후 수사 일정과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특검팀은 수사 기간 연장을 예상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 일정을 짠다. 초대형 사건인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팀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추가 수사 불허로 70일 만에 수사를 끝낸 바 있다. 이런 이유로 특검팀은 일단 남은 30여일을 ‘최대치’로 보고 수사 우선순위 등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와 청와대 송인배 정무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 드루킹이나 도 변호사와 접촉했거나 경공모와 금전 거래가 있는 핵심 인사들에 대한 조사가 다소 빨라질 수 있다. 부실한 증거, 촉박한 시간, 노 의원 사망으로 인한 수사동력 저하 등 ‘3중고’를 헤쳐가야 하는 셈이다.

이날 허익범 특검은 긴급 브리핑을 열어 “예기치 않은 비보에 안타깝고 침통하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특검팀은 노 의원이나 그 가족에 대한 조사 방침을 전혀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노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자 몹시 당황하는 분위기다. 박상융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출석 통보나 출석 일정 조율 등을) 전혀 한 적이 없다. 돈을 준 사람 쪽만 조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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