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판·검사에 로비했나 조사”
“비리수사종결 경찰 계좌에 의문의 뭉칫돈도”
검찰이 법조·건설 브로커 윤아무개(53·구속)씨가 검찰 간부와 판사에게 부탁해 “구속되지 않도록 해주겠다”며 기업인들한테서 수천만~수억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윤씨가 실제 검찰과 법원에 로비를 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검찰·법원 로비 의혹=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경수)는 6일 윤씨가 2003년 9월께 한 대기업의 계열사 대표가 배임 등 혐의로 지방검찰청의 수사를 받자 “부장검사와 판사를 잘 알고 있으니 구속되지 않게 해주겠다”며 대기업 쪽에서 3520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계열사 대표는 검찰에 구속됐고,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검찰 관계자는 “집행유예를 받을 만한 사안이었다”며 “윤씨가 검찰과 법원에 청탁을 안 했거나 아니면 로비가 실패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윤씨가 로비를 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애초 5천만원을 요구했으나 대기업 쪽이 “당신이 한 일이 뭐냐, 못 준다”고 하자 “나도 애썼다. 내가 쓴 비용을 달라”며 3520만원짜리 수표를 차명계좌로 받았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검찰은 지난해 4월 지방의 한 건설업체가 노동재해 사고를 내자 윤씨가 “검찰 고위 간부를 통해 처벌되지 않도록 해주겠다”며 수억원을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그렇지만 건설업체 관련자는 구속됐고, 민사소송에서도 수억원을 물어줘야 했다.
검찰은 또 5월에 윤씨가 “검찰 고위 간부와 판사를 통해 경찰에 구속된 피의자를 석방시켜 주겠다”며 5천만원을 받았다는 제보를 확인하고 있다. 이 피의자도 구속돼 법원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성공한 로비는 잘 얘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윤씨가 검찰과 법원에 로비를 했는지, 로비가 성공했는지를 규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간 돈 드러나=검찰은 2003년 6월 윤씨의 제보로 ㅎ건설이 군 장성들에게 뇌물을 건넨 비리 등을 수사한 경찰청 특수수사과 5팀의 일부 경찰관들에게 수사가 끝난 뒤 뭉칫돈이 건너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가 ㅎ건설에서 뜯어낸 9억원 가운데 일부를 마지막으로 건네받은 지 이틀 뒤 경찰 수사가 종료됐고, 수사 종료 이틀 뒤 일부 경찰관들의 계좌에 모두 현금으로 의문의 뭉칫돈이 들어갔다”며 “돈의 성격과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의 계좌에 들어간 금액은 각자 다르지만, 모두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 사건을 수사 중이던 경찰관 한 명이 윤씨로부터 800만원을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이 경찰관은 “윤씨로부터 빌린 뒤 갚았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당시 사기 등 혐의로 4건의 지명수배를 받고 있던 제보자 이아무개(48·구속)씨에 대해 경찰이 ‘관할 경찰서로 신병 인도’라는 검사 지휘를 받았지만 이에 따르지 않고 풀어준 경위도 조사하고 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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