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전력과 성추행 의혹 등에 휩싸인 강대희(55·사진) 서울대 총장 후보자가 6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후보자 선출 과정에서 강 후보자의 성추문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교육부의 책임론이 제기된다. 강 후보자는 이날 낸 사퇴의 글에서 “서울대의 모든 구성원들께서는 변화와 개혁을 위해 저를 후보자로 선출해주셨지만, 그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며 “이제 후보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저의 부족함을 깨닫고 여러 면에서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저로 인해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강 후보자는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와 이사회를 통과해 지난달 18일 최종 후보자로 선출됐다. 이후 교육부의 임용제청과 청와대의 임명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지난 3~5일 <한겨레>는 강 후보자의 2011년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벌어진 성희롱 전력과 동료 여성 교수에 대한 추가 성추행 의혹 등을 연이어 보도했다.
앞서 서울대 여교수회는 강 후보자의 성추행 의혹 등을 담은 공문을 총추위와 이사회에 보내면서 철저한 검증을 요구했다. 하지만 후보 사전검증 책임이 있는 총추위는 이를 조사하지 않고 이사회로 넘겼고, 이사회는 강 후보자의 성희롱 및 성추행 의혹에도 그를 총장 최종후보자로 선출했다.
이 과정에서 강 후보자의 성희롱 전력 등의 사실을 인지했으면서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교육부가 사태를 키운 장본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서울대 당연직 이사로 이사회에 보고된 비위사실을 알고 있던 박춘란 차관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 차관은 늦어도 총장 선출 이사회가 열린 지난달 중순부터는 강 후보자의 성희롱·성추행 관련 문제 제기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선출 과정은 물론 선출 뒤 2주가 넘는 기간 동안에도 성희롱 전력이나 성추문 등과 관련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박 차관은 교육부의 첫 여성 차관으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강 후보자의 성추행 문제가 명확하게 이사회에 보고된 상황에서 박 차관은 최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자질에 대한 검증을 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며 “언론보도가 나기 전까지 교육부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와 관련해 박 차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십차례에 걸쳐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연락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 후보자의 성추문 문제를 교육부에서도 인지했지만 피해 사실을 특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가 잇따른 성추문으로 낙마하면서 서울대는 총추위 구성 등 총장 후보자 선출 절차를 되밟게 됐다. 서울대 관계자는 “오늘(6일) 저녁 긴급회의를 개최하는 등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한 학내 논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박준용 김완 오승훈 기자
juney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