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들이 성폭력 의혹을 받는 이 학교 김태훈 교수에 대해 “2차 가해를 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 일동은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김 교수가) 징계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사실관계에 혼란을 일으켜 여론을 호도하고, 최초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조장하고 있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 조사해 온 학교본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학교 구성원 전체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수들은 지난 2월 1차 입장문을 내 “김태훈 교수는 교육자로서의 품위를 상실했다. 그렇기에 학교본부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최고 수위의 징계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교수들이 성명을 낸 이유는 최근 김 교수 쪽이 일부 언론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담은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저는 성폭행, 성추행 범죄자가 아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기 때문이다. 김 교수 쪽은 지난달 26일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사건을 마치 사실인 양 보도했다”며 일부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요청한 정정보도문에는 ‘당시 폭로자(ㄱ씨)와 김태훈이 사귀는 사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ㄱ씨가 김태훈의 아버지를 병문안을 하는 등 연인 간의 행동을 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김 교수는 또 “이번 사건의 본질은 ‘미투’가 아닌 ‘미투’를 빙자한 폭력”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김 교수의 성폭력 의혹은 지난 2월 제기됐다. 1990년대 말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입학했다는 ㄱ씨는 인터넷에 글을 올려 ‘20여년 전 김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지속적인 성관계를 요구받았다’고 폭로했다. ㄱ씨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믿어지지 않았고 (당시) ‘노’(no)라고 말할 용기도 없었다”며 “너무나 믿고 존경했던 교수님이었기에 매우 혼란스럽고 두려웠다”고 썼다. 이어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대학원에 다녔던 ㄴ씨도 3년 전 김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논문 심사 때문에 당시에는 문제 제기를 못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4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ㄱ씨, ㄴ씨와는 남녀 관계였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일부 언론이 한 쪽의 주장만 듣고 썼기에 정정보도를 요청한 것”이라며 “교수들이 15년을 함께 한 내 얘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성명을 냈다”고 비판했다.
세종대는 김 교수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학교 성폭력조사위원회는 지난 4월 김 교수의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며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고 밝혔고, 징계위원회는 김 교수에 대한 처분을 논의하고 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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