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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헌재 “통화정보 무작위 수집 ‘기지국 수사’는 위헌”

등록 2018-06-28 15:43수정 2018-06-29 09:43

“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헌법불합치”
수사기관, 법원 허가서 한 장으로
범죄 현장 주변 기지국 거쳐간
전화번호 등 수천만건 쓸어담아와

‘실시간 위치추적’도 위헌 판단
“기술에 의한 사생활 침해 경고”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수사기관이 특정 기지국을 거쳐 통화가 이뤄진 휴대전화 가입자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무작위로 제공받는 ‘기지국 수사’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했다. 수사 편의를 위해 범죄 현장 주변에서 통화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와 아무 관련 없는 일반 시민의 통신사실과 위치까지 해마다 수천만건씩 쓸어가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헌재는 또 휴대전화에 대한 수사기관의 ‘실시간 위치추적’ 역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28일 오후 기지국 수사의 근거가 돼 왔던 통신비밀보호법 조항(제2조, 제13조)에 대해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헌재는 법적 공백을 이유로 2020년 3월31일까지 법의 효력을 유지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국회는 이 기간 안에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수사기관은 수사 또는 형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판단의 이유로 “추적자료 제공요청은 범인의 발견이나 범죄사실의 입증에 기여할 개연성이 충분히 소명된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며, “‘수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의 의미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실시간 위치추적이나 불특정 다수에 대한 위치추적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통화시간과 장소, 상대방 전화번호, 발신국 위치추적자료, 인터넷 로그기록 및 접속지 추적자료 등을 ‘통신사실확인자료’로 분류한다. 통화내용을 엿듣는 ‘통신제한조치’(감청)와는 다르지만, 특정 시간대에 특정 기지국을 거친 모든 전화번호가 한꺼번에 수사기관에 넘어간다는 점에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자의적이고 지나치게 포괄적인 법집행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한 번에 많게는 1만개 안팎의 전화번호가 수사기관에 넘어간다.

2011년 12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당대표 선출 예비경선 당시 선거인들에게 금품이 뿌려졌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서울중앙지검은 당시 서울교육문화회관 관할 기지국을 거친 착·발신 전화번호, 착·발신 시간, 통화시간 등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통신사업자에게 요청했다. 이에 통신사업자는 659명의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는데, 당시 예비경선 취재를 위해 현장에 있던 인터넷언론 <참세상> 기자의 통신내역까지 무차별적으로 수사기관에 넘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해당 기자는 “통신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한편 경찰은 2011년 송경동 시인 등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참가자, 2013년 철도노조 파업 참가 노동자와 그 가족 등에 대해 실시간 위치추적을 했는데, 이에 송 시인 등은 통신·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 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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