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형제들 여성 사원들의 모습. 고용노동부 블로그 갈무리.
“월요일 아침에 아이를 직접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거나 밀린 은행 업무를 볼 때도 있어요. 아무래도 오전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고 출근하면, 오후에 더 집중해서 일할 수 있게 돼요.”
배달 앱 서비스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브랜딩실에서 일하는 이태경(34)씨에겐 ‘월요병’이 없다. 휴일 모드가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출근길을 서둘러야 하는 월요일 아침에 집을 나서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부터 월요일엔 오후 1시까지 출근한다. 화~금요일에는 오전 9시까지 출근이니, ‘주 4.5일제’라고 할 수 있다. 노동 시간은 단 3시간 줄어들 뿐이지만, 구성원들의 만족도는 3시간의 여유 그 이상이다.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입소문이 나자 일부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이들을 벤치마킹하고 있기도 하다.
박세헌 우아한형제들 인사팀장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 사옥에서 직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수진 기자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복지 제도는 ‘주 4.5일제’만이 아니다. 1년 이상 근속한 구성원은 ‘2주 리프레시 휴가’를 갈 수 있다. 점심 시간을 30분 연장하고 퇴근 시간을 30분 단축해 주 35시간 근무도 완성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가족을 위한 복지 정책이다. 스타트업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구성원들의 나이가 많아졌고, 결혼과 임신, 출산·육아에 시간을 쏟아야 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들을 위해 몇 가지 창의적인 복지 제도를 내놨다.
1. 임신부 무조건 2시간 단축 근무
우아한형제들에서 근무하는 모든 임신부는 임신 즉시부터 출산 직전까지 2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통해서 2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지만, 이 제도의 대상자는 ‘임신 12주 이내 혹은 36주 이후’로 임신 초기나 말기 임신부만 쓸 수 있도록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우아한형제들에서 근무하는 임신부 노동자는 단축 근무를 위해 임신 날짜를 셀 필요가 없다.
2. 우아한 아재 근무 제도
임신한 배우자를 둔 남성 사원은 산부인과 검진이 있는 날이면 굳이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재택 근무를 하면서 함께 산부인과에 갈 수 있다.
3. 우아한 육아 휴가
남녀 모두 육아를 위한 1개월의 특별 유급휴가를 쓸 수 있다. 남성 구성원들도 2주 동안의 출산 휴가를 쓸 수 있다.
4. 우아한 학부모 특별휴가
자녀의 입학식이나 졸업식, 운동회나 재롱잔치 등의 주요 행사가 있으면 별도의 연차 사용 없이 특별휴가를 쓸 수 있다.
5.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직원 개인이나 배우자, 가족의 기념일에는 오후 4시에 조기 퇴근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 피플팀은 구성원들이 특별한 날을 맞으면 ‘조기 퇴근하라’고 등을 떠민다. 가족과 시간을 보낸 구성원이 카톡방에 소회를 남겼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제공
이런 제도가 있더라도 사실 직원들이 제도의 존재를 쉽게 인지할 수 있어야 하고, 편하게 쓸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어야 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를 위해 다른 조직에서 볼 수 없는 ‘피플팀’이라는 특별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피플팀은 직원들의 근태 등을 관리하는 인사팀과는 하는 일이 전혀 다르다. 이들은 그러니까 전문 복지 운영팀이다.
누군가 아프면 약을 챙겨주기도 하고, 병원에 데려가는 일을 맡기도 한다. 직원 본인이나 배우자, 자녀나 양가 부모님 생일 등 특별한 기념일을 미리 챙긴 뒤 직접 자리에 찾아와서 “빨리 퇴근하라“고 등을 떠미는 것도 피플팀의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그러니까 우아한형제들 직원들은 본인이 복지 제도를 쓴다기 보다는, 회사에 의해 복지 제도를 쓰라고 ‘강요’받는다고 할 수 있다. 복지 제도 활용을 직원 개인의 선택에 맡겨 부담을 주게 되면 제도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우아한형제들의 생각이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우아한형제들 사무실에 적혀 있는 문구. 박수진 기자.
이런 제도 운영에는 “구성원을 행복하게 만들면 행복한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든다”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철학이 반영됐다. 박세헌 인사팀장은 <한겨레>와 만나 “사람이 어떤 때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지 고민했는데, 결론은 구성원들이 내·외부적으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좋은 사람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자는 게 근로시간 단축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매주 수요일 아침 9시부터 30분 동안 ‘우아한 수다타임’를 연다. 이 자리엔 김봉진 대표가 참여해 구성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거나, 다양한 제도의 취지를 설명한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제공
2010년 스타트업 모델로 시작한 우아한형제들은 창업 초기 밤낮 없이 야근이 이어졌고, 노동 강도 역시 높았다고 한다. 설립 이후, 해마다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조직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구성원들과 함께 복지 제도를 다듬었다. 매주 수요일 오전 9시부터 30분 동안 진행되는 ‘우수타(우아한 수다타임)’ 시간은 복지 제도를 논의하고 알리는 통로다. 이 자리에 김봉진 대표가 직접 나와 운영하고자 하는 복지 제도의 취지를 설명하고, 3~6개월 정도의 시험 운행을 거쳐 제도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우아한형제들 사무실. 고용노동부 블로그 갈무리.
우아한형제들은 이런 제도 운영을 바탕으로 2017년 고용노동부 남녀 고용평등 우수기업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박 팀장은 “우아한형제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회사는 아니다. 해보고 안 되면 빨리 접는다. 회사가 생존하기 위해선 성과가 나와야 한다”며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근무시간 단축이나 다양한 제도들을 도입했을 때 생산성이 떨어지면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구성원들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시행했고, 해마다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복지 제도가 계속 운영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앱 '배달의 민족'은 연평균 70%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지난해 매출 162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00명 채용에 이어, 올해 400명 채용을 통해 인력 구성을 1000명으로 만들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