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원 전시관 안에 법관의 양심과 독립 등을 명시한 헌법 제103조가 적혀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김명수 대법원장으로부터 ‘사법 농단’ 수사 협조 의사를 확인한 검찰이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해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다. 검찰 안팎에선 법원행정처 압수수색에 필요한 법원의 영장 발부를 둘러싸고 ‘1라운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대법원장이 지난 15일 대국민담화에서 “제공”을 약속한 조사자료는 지난해부터 세 차례 이뤄진 사법부 자체 조사 자료를 말한다. 특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3차 조사)이 확인한 문건 410건이 핵심이다. 이 가운데 법원행정처가 전문을 공개한 문건은 100여건에 불과하다. 김 대법원장은 ‘검찰이 법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경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형사소송법 원칙에 따라 처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가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7일 “일단은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문건 410건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수사하는 입장에선 (수사 대상인) 법원이 자체 선정한 키워드로 검색한 문건들만 보는 게 말이 안 된다. 컴퓨터 하드디스크 전체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판 거래 의혹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완성 문건’ 외에 작성자와 중간보고자, 최종보고자, 문서 수정 지시, 작성 경위 등 ‘빈틈’을 메울 추가 단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하드디스크 압수수색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수사를 촉구해온 일선 판사 중에서도 “검찰이 사법 농단과 관련 없는 민감한 사법행정까지 모두 들여다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검찰이 문서 확보를 둘러싼 민감한 사안을 어떤 수준에서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재판 거래’ 의혹의 핵심 수사 대상인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5년 7월16일)이 검찰의 하드디스크 압수수색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전자정보 압수수색은 영장에 적힌 혐의와 관련된 해당 파일 부분만 출력하거나 복제하고, 범위를 정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할 때만 전체 복제(이미징)가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은 이 판례에 따라 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해왔다. 검찰 내부에선 “판례에 따라 ‘피처분자’인 법원행정처 판사가 참여한 상황에서 전체 파일을 하나하나 열어보며 필요한 문서를 확보해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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