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아이디 빼내 “공동구매”메일
고객센터 신고하니 “업무 끝났어요”
고객센터 신고하니 “업무 끝났어요”
지난달 26일 안아무개(27)씨는 가입한 인터넷 다음카페 ‘맞벌이부부 10년 10억 모으기’ 운영자 이름의 전자우편을 받았다. 최신 노트북을 반값에 사는 공동구매 소식이었다. 안씨는 의심 없이 노트북 값 72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아무 답신이 없어 확인한 결과, 이 전자우편은 운영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빼돌린 사기꾼이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카페 차원에서 파악한 결과 안씨 같은 피해자가 모두 13명, 피해 금액은 981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 인터넷 카페인 ‘다음카페’를 무대로 한 신종 사기범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웹사이트 이름의 전자우편이나 설문조사로 위장해 개인 인증번호나 신용카드번호, 계좌정보 등을 빼내는 수법(피싱) 등으로 카페 운영자의 개인정보를 빼돌린 뒤, 운영자로 가장해 회원들을 상대로 사기치는 사례가 최근 1주일 남짓에만 4건이 드러났다.
3일에는 인터넷 다음카페 ‘취업뽀개기’ ‘정 교수의 실전경매’ ‘학원강사 모여라’ 등 3곳의 운영자 아이디가 도용됐다. 사기꾼은 운영자 정보를 빼낸 뒤 카페에 접속해 비밀번호를 바꿔 운영자가 카페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 뒤 전체 회원들의 등급을 글을 쓸 수 없는 준회원으로 강등시켜 ‘사기 전자우편을 조심하라’는 공지를 남기지 못하게 조처하고, 노트북 공동구매 전자우편을 보내 대금을 가로챘다.
누리꾼들은 “운영자와 다음 쪽이 빨리 대책을 취했더라면 피해가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학원강사 모여라’ 카페 운영자 김병준씨는 “사기 전자우편이 돈다는 말을 듣고 바로 다음에 신고하려고 했으나 사기꾼이 비밀번호를 바꿔 접속할 수 없었다”며 “고객센터에 전화했지만 ‘업무시간이 끝났으니 월요일에 전화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다음 관계자는 “첫 사고가 나자마자 카페와 전자우편 메인화면에 ‘카페 운영진 사칭 공동구매 메일 주의’ 공지를 띄웠다”며 “현재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가 피해 현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도 4일 신고를 받고 수사에 들어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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