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주민회와 밀양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등 활동가들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양승태 사법부 당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에 제시할 `협력 사례'로 문건에 거론된 점을 두고 부당한 `재판 거래'에 이용된 판결이라고 반발하며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경찰에 끌려가고 검찰에 기소당하면서도 우리들은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래도 최후의 보루인 법원은 공정하겠지.’ 그런데 한국전력 불법은 눈감아줬고 우리 힘없는 할매들은 다 죄인이 됐습니다.”
송전탑이 세워진 경남 밀양의 주민 구미현(69)씨가 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구씨는 “사법부와 박근혜 정권의 거래에 그 일들이 이뤄졌다는 게 참담하다”며 “한점 의혹 없이 사법농단 사건의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져 힘없는 사람들의 피눈물을 닦아달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에 제주 해군기지·밀양 송전탑 건설 관련 판결이 포함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가운데,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등은 이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대법원을 수사해 재판 거래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5일 내용 일부가 추가 공개된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 문건을 살펴보면, “송전선로 공사는 공익사업이고 주민들이 공사를 방해할 경우 변전소의 과부하와 전력수급에 차질이 발생한다”는 창원지법 밀양지원의 2013년 10월 결정이 ‘협력 사례’로 제시됐다. 문건에는 “고압송전선 및 송전탑 위치 문제를 두고 밀양 주민과 한국전력 사이에 대립과 농성이 이어지면서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되던 상황→한전의 주민들에 대한 공사 방해 금지 가처분 인용 결정, 주민들의 공사중지 가처분 기각결정으로 갈등의 확산 방지와 분쟁 종식에 기여”한다고 평가돼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주민회와 밀양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등 활동가들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양승태 사법부 당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에 제시할 `협력 사례'로 문건에 거론된 점을 두고 부당한 `재판 거래'에 이용된 판결이라고 반발하며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립을 둘러싼 소송에 대해서도 2012년 7월 대법 판결을 통해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정부의 국방·군사시설 사업 실시 계획 승인 처분이 법률적으로 유효함을 선언”했다고 적었다. 그해 대법원은 강정마을 주민들이 일부 승소한 1·2심을 뒤집고 ‘국방·군사시설 사업 실시계획 승인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파기환송하면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계획은 적법하다’고 국방부의 손을 들어줬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제주·밀양 주민들은 “양승태 대법원이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판결을 상고 입법 추진을 위한 ‘협력 사례’로 자화자찬하고 ‘거래’의 수단으로 여겼다는 사실에 참담한 분노를 느낀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강정마을 주민 윤상효(81)씨는 “‘사법 농단’ 보도를 접하고 가슴이 떨렸다. 대법원 판결 이후 정부가 공사를 강행해 마을 공동체는 파괴되고 십년이 지난 지금도 갈등 해소는 감히 내다볼 수도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밀양 평밭마을 주민 박호복(77)씨도 “정부가 옳은 짓을 하지 않아서 법을 믿었는데 법도 정부랑 같은 통속인 것 같으니 우째 감당하려는지 모르겠다. 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등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검찰 수사를 통해 양승태 대법원이 제주 해군기지 재판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규명하라”고 밝혔다. 밀양 대책위는 “밀양 송전탑 관련 재판을 전수조사 하는 등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에 착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밀양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중앙지검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고발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는 이달 중순 안으로 고발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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