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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재판부도 변경 시도…행정처, 권한 밖 배당 왜?

등록 2018-06-05 19:44수정 2018-06-05 23:05

법원장 배당 권한 무시한 채
인천지법 배당 방안 검토
‘행정처 경험’ 신광렬 콕 집어
국보법 무죄선고한 목포지원
판사 피하려 했을 가능성 제기
“사법부 대외적 알릴 수 있음”
세월호 사건 홍보수단 여기기도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 호 참사 정부 합동분향소 안.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 호 참사 정부 합동분향소 안.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법원장의 배당 권한을 무시한 채 행정처 근무 경력이 많은 재판장에게 세월호 사건을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한 문서가 공개됐다. 더구나 행정처는 재판부 배당을 검토하면서 “대외적 홍보 효과”를 여러 차례 언급하는 등 세월호 사건을 법원 홍보수단으로 여긴 듯한 정황마저 드러났다. 5일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추가로 공개한 ‘세월호 사건의 적정 관할 법원 및 담당 재판부 검토’ 문건을 보면, 당시 행정처는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가 예정됨에 따라 적정 관할 법원 및 담당 재판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세월호 사건을 처리하기에는 인적·물적 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목포지원 대신 인천지법을 적정 관할 법원으로 지목했다. 이어 인천지법에서 사건을 맡을 재판부로 △일반 형사재판부 △수석재판부 △특별재판부 등을 검토했다. 하지만 재판 관할 문제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해당 재판부의, 사건배당은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에 따라 법원장의 권한이다. 행정처가 권한 범위를 넘어서 재판 관할과 배당에 개입하려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행정처는 문서에서 배당을 둘러싼 득실도 꼼꼼히 계산했다. 먼저 형사재판부의 장점으로 “원칙적인 배당의 모습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우려 없음. 수석재판부에 비해 형사재판 경험 많음”을 꼽았다. 단점으로는 “사법부가 세월호 사건에 대해 특별한 관심과 노력을 강구한다는 대외적 홍보 효과가 거의 없음”을 들었다. 이어 당시 신광렬 인천지법 수석부장판사(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002~2004년, 2006~2007년 행정처에서 근무했다는 점을 자세히 적은 뒤 “(수석재판부에 배당하면) 사법부가 세월호 사건의 중요성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음”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통상 국민이 재판부 배당까지 관심을 갖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행정처가 이 사건에 노심초사했던 청와대를 향한 홍보 효과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다만 행정처는 신 부장판사의 6개월밖에 되지 않은 형사재판 경험을 들어 “전문성 부족, 선례가 전무해 법원의 부담” 등을 단점으로 꼽았다. 행정처는 신 부장판사를 재판장으로 하는 특별재판부 구성의 장점으로 역시 “대외적 홍보 효과 극대화”를 꼽은 뒤 단점으로는 “전례가 없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 계획은 검찰이 관련자들을 광주지법에 기소하면서 시행되지 않았다. 해당 문건은 검찰이 광주지법에 이준석 선장 등 15명을 구속기소(2014년 5월15일)하기 전인 5월7일 행정처 기획조정실 명의로 작성됐다.

법원 안팎에서는 행정처 기조실이 이런 검토를 한 이유가 ‘목포지원 배당만큼은 피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 사건 수사가 진행되던 2014년 5월 당시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형사합의부가 1곳뿐이었다. 당시 목포지원의 형사합의부 재판장은 2010년 전주지법 단독 판사 때 ‘남녘 통일 애국열사 추모제’에 참석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전직 교사 김형근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 사건은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지만, 대법원은 2013년 3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폭력적 방법으로 정부를 전복하려 한 빨치산의 활동을 미화한 행사”라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바 있다.

한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때 행정처가 양 대법원장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대법 판결과 어긋난 판사들을 뒷조사해온 행태에 비춰보면 목포지원 형사재판장의 판결을 문제 삼아 행정처 출신 판사에게 맡기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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