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농단과 관련해 판사회의가 열린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안으로 법원 상징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5일 조사 대상이 됐던 410개 파일 중 98개를 공개했다. 지난달 25일 조사보고서 발표 뒤 전국법관대표회의와 각급 법원 판사회의뿐 아니라 언론과 국민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있는 문건 전체 공개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조선일보 보도 요청사항’ ‘조선일보 홍보전략’ ‘민변 대응전략’ ‘대한변협 압박방안 검토’ 등의 문건은 공개를 거부해 여전히 논란이 될 전망이다.
안철상 행정처장은 이날 “보고서에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 또는 법관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는 90개의 파일 및 이와 중복되거나 업데이트가 된 84개의 파일, 합계 174개를 인용했다”며 “우선 보고서에 인용된 90개 파일을 공개하고,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파일 8개도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고 조사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조단은 조사보고서에 문건 3개만 인용했는데, 그중 2건은 부분 공개에 그쳤다.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등 특조단의 결론이 논란이 되면서 법원 안팎에서는 문서의 전체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태였다.
이날 행정처가 처음 공개한 파일은 ‘BH 민주적 정당성 부여 방안’ ‘BH 배제 결정 설명 자료’ ‘세월호 사건 관련 적정 관할 법원 및 재판부 배당 방안’ ‘VIP 보고서’ ‘문제법관 시그널링 및 감독방안’ ‘인권법 운영위원회 경과’ ‘판사회의 순기능 제고방안’ 등 8건이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관련한 문서 10건은 모두 비공개했다. 안 처장은 “‘특정 언론기관이나 특정 단체에 대한 첩보나 전략’이라는 제목의 문서 파일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는 거리가 있는 문서들이어서 공개 범위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선일보> 관련 문건도 공개하라는 주장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허용구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4일 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2015년 대법원에서는 조선일보 사주였던 방응모의 친일 반민족행위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이 난 지 약 5년이 지난 2016년 11월에 이르러서야 파기 환송 판결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허 부장판사는 “언론 권력인 조선일보와 재판 거래?”라며 “사실이 아니길 빌 뿐이지만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감추어서도 안 되고 수사를 피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공개된 문건 중에는 행정처가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의 정책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탄압하려 보수언론을 활용하려는 계획이 추가로 드러났다. 2016년 3월10일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작성한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에는 “보수 성향 언론사에 아래 취지의 정보를 제공하여 인사모(인권법연구회 소모임) 비판기사를 내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음. 우리법 연구회 핵심 멤버들이 주축, 최근의 긴급조치, 병역법 위반 등 일련의 튀는 판결 주도”라고 적혀 있다.
다만 추가 공개의 여지는 남겼다. 안 처장은 “이번에 공개되는 98개 파일 외에 앞으로도 410개의 파일 중 공개의 필요성에 관하여 좋은 의견이 제시되고 그 의견이 합당하다고 판단되면 공개의 범위는 더 넓어질 수 있다”며 “전국법원장간담회나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그러한 의견이 제시되고 논의될 수 있는 장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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