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내전으로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 국적 난민신청자 증가 400여명 난민 신청했지만, 심사 인력 2명에 아랍어 통역도 없어 법무부는 예멘 난민 이동 통제하고 1일부터 무사증도 입국 막아 이성호 위원장 “난민들의 주거 및 생계 지원 등 정부 대책 촉구”
국가인권위원회 <자료 사진>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 국적 난민신청자들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개선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성명을 1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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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24일까지 제주도에서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은 총 869명이며 이중 예멘 국적자는 479명이다. 이들 중에는 아동을 포함한 가족 단위 신청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멘 난민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내전 때문이다. 예멘에서는 2015년 3월부터 이어진 내전으로 19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나라를 떠났다. 이 위원장은 “내전으로 인구의 70%인 2000만명의 예멘인들이 끼니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예멘 난민들은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를 이용해 제주도로 들어오고 있다. 제주도는 2001년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의 무사증 입국이 가능하다. 입국 때 비자가 필요한 경우에는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할 자격을 줄 것인지에 대한 심사가 이뤄진다. 이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난민들은 공항에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제주도의 경우 무사증 제도 때문에 난민들이 입국해 난민신청자 자격을 얻는 데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난민신청자는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며 난민 신청 이후 6개월이 지나면 취업도 할 수 있다. 국가도 이들에게 각종 지원을 해줄 수 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예멘 난민의 제주도 밖 이동을 막고 있다. 또 1일부터는 예멘 난민의 무사증 입국을 아예 막기로 했다. 난민네트워크의 김성인 제주대책위원장은 “법무부가 아무런 대책 없이 제주도에 난민들을 묶어두고 있다”며 “난민뿐만 아니라 제주도민들도 불편을 겪고 있는 만큼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난민 지원 시설과 난민 심사 인원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제주도 출입국‧외국인청 소속 난민심사관은 애초 한 명이었으나, 최근에야 한 명을 충원한 상황이다. 추가 증원 없이는 난민 인정 심사에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난민들이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한 생활을 오랫동안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또 아랍어 통역이 없어 다른 지역에서 통역 인력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제주도의 난민지원체계 부재로 난민들이 난민심사를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다”면서 “기초적인 주거 및 생계수단 마련도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 및 아동의 교육 등 필수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위원장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난민법’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도 난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적 보호에 동참할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신속한 난민심사를 위한 긴급 인력 충원 등을 통해 불확실한 난민신청자로서의 대기시간을 줄여야 한다. 또 난민심사 기간 생계와 주거 지원 등 범정부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예멘 난민의 인권 보호가 최대한 빨리 이뤄질 필요가 있어 인권위원장이 직접 성명을 발표하게 됐다”며 이번 성명의 배경을 설명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