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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양승태 “재판 관여 결단코 없다” 부인으로 일관한 기자회견

등록 2018-06-01 17:11수정 2018-06-01 22:06

“책임 통감·국민께 죄송”하다더니
“재판 간섭·법관 불이익 없다” 주장
‘대통령 뒷받침’ 말씀자료 검토 질문에
박근혜 오찬 전 봤다는 취지로 답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자택 근처 놀이터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파문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자택 근처 놀이터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파문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 놀이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직 시 있었던 일로 법원이 불행한 사태에 빠지고 부적절한 법원행정처의 행위가 지적된 데 대해 사법행정 총수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 대법원장은 ‘재판 개입’과 ‘판사 뒷조사’를 부인하며 “이 두 가지는 양보할 수 없는 한계점”이라고 스스로 면죄부를 줬다. 의정부지법 단독판사회의는 이날 전국 법원 가운데 처음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하여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의결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조사보고서를 읽지 않았다”면서도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대법원이나 하급심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재판 거래’를 시도하고 ‘판사 뒷조사’를 했다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특조단)의 조사 결과가 나온 지 7일 만이다. 그는 “제가 단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제가 관여하거나 어떤 목적을 위해 대법원 재판이 왜곡됐다고 생각하고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대법원 재판의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국민께서 이번 일로 대법원 재판에 대해 의구심을 품으셨다면 거두어주실 것을 앙망한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의 주장은 특조단의 조사 결과를 보는 국민들의 반응과 거리가 있다. 특조단의 조사보고서를 보면, 법원행정처는 그가 재임하던 2015년 7월27일 작성한 ‘현안 관련 말씀자료’에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한 대법원의 재판을 나열했다. 특조단은 이번 사태를 ‘판결을 거래나 흥정의 수단으로 삼고, 재판과 법관의 독립을 사법부 자신이 부인하려고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2015년 8월6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찬 전 이 문건을 검토했는지 묻자 “(대통령과) 만나면 덕담하고 좋은 이야기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화젯거리 있어야 하니 말씀자료가 나온다. 일회성으로 넘어가는 거지 공부하듯 외우고 있느냐”고 답했다. 봤으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통령에게 상고법원 관련 이야기를 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말씀을 드리려고 나온 게 아니다”라며 답하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의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의 성향·동향·재산을 조사한 문건 등을 작성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다만 “정책에 반대한 법관에게 불이익을 준 적이 없고, 그것 때문에 불이익을 받거나 편향된 대우를 받은 사람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과 달리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소신있는 목소리를 내었다는 이유로 사찰과 통제의 대상이 되었던 법관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의 메일을 전국 법관에게 보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하고서는 정작 이번 사태의 총 책임자를 묻는 질문에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다”며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행정처의 부적절한 행위가 사실이라면 그걸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통감하고, 국민께 송구스럽다는 사과 말씀을 드린다”는 말도 했다. 사과하는 듯한 모양새지만 실제론 자신의 지휘 아래 있던 행정처에 ‘부적절한 행위’의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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