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의대 ㅎ교수 성폭력 사건 #위드유 연대가 31일 오후 12시30분 서울대 생명공학연구동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가해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하고, 집 청소를 시킨 사회학과 교수에게 교원징계위원회 재심에서도 정직 3개월을 내려 갈등을 겪고 있는 서울대가 또다른 교수의 성폭력 문제가 불거져 내홍에 빠졌다. 학생들은 가해교수의 사퇴를 요구하고 교수진들에게 학생들을 외면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서울대 수의대 ㅎ교수 성폭력 사건 #위드유 연대’(수의대 연대)는 31일 오후 12시30분 생명공학연구동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년간 학생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황아무개 교수는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또 수의대 교수들에게 사건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요구했다. 수의대 연대에 따르면. 황 교수는 자신이 지도교수로 있는 과 동아리 회식자리에서 여학생을 옆자리에 앉히고 허벅지를 만지거나 볼에 입을 맞추고, 만취한 여학생 옷 안으로 손을 넣는 등의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의대 연대는 황 교수가 동아리 지도교수에서 교체된 2013년까지 최소 3년동안 다수의 학생들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수의대 연대는 “황 교수는 수년동안 수의대 학생들에게 ‘황허벅지’라고 불렸다”며 “황 교수의 성추행을 막기 위해 ‘황 교수 옆자리엔 남학생을 앉혀야한다’는 대응 매뉴얼이 있었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수의대 연대는 또 “가해 기간으로 파악된 3년 전부터 ‘황 교수가 성추행을 일삼는다’는 소문이 수의대 내에서 암암리에 퍼져있던 만큼 이전에도 성추행 가해가 있었을 것”이라며 “성범죄자는 교단에 설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올해 수의학과에 입학한 한 학생은 “입학 한 달만에 황 교수의 성추행에 대해서 들었다”며 “성추행범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은 마음이 없다. 학생들이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수의과 내의 다른 교수들도 황 교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의대 연대는 “2011년 최초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당시 학장단이 ‘수의대 일은 수의대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공론화를 막고, 은폐하기 급급했다”고 말했다. 수의대 연대는 “학교는 어떤 해결의 노력도 보이지 않다가 황 교수가 다음해 또다시 성추행을 저지른 다음에야 동아리 지도교수에서 교체했다”고 당시 학장단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했다. 또 황 교수가 받은 징계는 구두 경고와 지도교수 교체 뿐이라 피해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분노와 불안감 속에서 황교수의 수업을 들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서울대저널〉의 기사로 황교수의 과거 성추행 의혹이 수면위로 다시 떠오른 뒤 황 교수는 학부 수업에서 배제됐으나 대학원 수업은 진행하고 있다.
현 학장단의 태도도 논란이 됐다. 우희종 현 학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간혹 갑질의 횡포로 억압된 것이 아니라, 이미 서로 마무리된 사안에서 굳이 들추어내어 미투에 편승하여 재차 돌 던지는 행태도 보여 조심스럽다’고 쓴 것을 언급하며 “당시 성폭력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수의대 연대는 “수의대는 수의학과 단일 학과로 구성된 아주 폐쇄적인 조직”이라며 “피해자의 용기에도 교수들이 침묵했기에 학생들이 바꾸려 나섰다”고 말했다. 강원대·건국대·경북대 등 전국 10개 대학 수의학과 학생 1089명도 황 교수 사퇴를 촉구하는데 이름을 올렸다.〈한겨레〉는 황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글·사진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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