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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항소심도 검찰 배상책임 인정 안해

등록 2018-05-31 15:52수정 2018-05-31 18:17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완성 이유로
검사와 필적감정인 모두 배상책임 면해
대신 국가 지급 위자료는 8억원으로 늘어
강기훈씨.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강기훈씨가 국가와 수사검사, 필적감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검찰의 배상책임이 없다’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필적 감정을 맡았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의 배상책임도 없다고 판단했다. 소송 대리인단은 “법원이 사건의 직접 행위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반발했다.

31일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홍승면)는 강씨와 그 가족이 국가와 당시 수사검사였던 강신욱 전 대법관과 신상규 전 검사장, 유서 필적감정을 맡은 김형영 전 국과수 문서감정실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검사의) 수사 과정상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구할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수사 검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국가 상대 5년) 이내에 행사할 수 있으며, 피해자가 이를 인지한 날로부터는 3년까지만 인정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수사가 진행된 1991년부터 10년 안에 배상 청구권이 행사됐어야 한다는 1심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반면 재판부는 1심과 달리 필적감정인 김형영씨의 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강씨가 필적감정 과정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배경에 김씨의 책임은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강씨 등이 장기간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사유에 필적감정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신 1심보다 위자료를 높여 “원고 본인에겐 1심보다 1억원을 더한 8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부모에게 8천만원을 더해 각 1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의 두 자녀는 사건 이후에 출생해 법률상 손해배상청구권이 없다”며 두 자녀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국가가 항소하지 않아 자녀 두 명에게 1천만원씩을 지급하라는 1심 판단은 유지한다고 밝혔다.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손해배상 소송 대리인단은 이날 논평을 내고 “재판부가 국가를 제외한 직접 행위자들의 책임을 모두 면제시켜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리인단은 “법원은 검사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한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고 감정인에 대해서도 실체적 판단 없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유서대필범으로 복역하고 석방 이후에도 유서대필범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살아야 했던 강기훈씨가 이십여년 세월 속 어느 시점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대리인단은 “소멸시효는 법은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법리로, 권리를 행사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필적감정을 담당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의 배상책임은 인정하면서도, 검사에겐 배상책임을 묻지 않아 논란이 됐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재판장 김춘호)는 “문서감정 담당 공무원의 허위 감정이 결정적 증거가 돼 유죄판결로 이어졌다”며 “국가와 김형영씨가 강씨와 그 가족에게 6억8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강씨가 폭압 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한 검사 두 명의 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검사들이)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을 방해하고 참고인들에게 진술을 강요한 부분이 일부 인정되지만, 사건 발생으로부터 20여년이 넘게 지나 손해배상을 구할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1심 선고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강씨는 “검사의 법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며 항소했다.

강기훈씨는 1991년 서강대학교 옥상에서 분신자살한 고 김기설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의 유서를 대신 작성한 혐의(자살방조 등)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했다. 만기출소한 강씨는 2015년 재심 끝에 24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강기훈씨에 대한 유서대필 사건은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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