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겨레> 자료사진
“슬프게도, 당신 쪽에서 최근 성명을 통해 보여준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근거해서, 나는 오랫동안 계획된 회담이 지금은 부적절하다고 느낀다.”
24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12일로 예정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밤새 한탄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선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페이스북에 “트럼프의 회담 취소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이 얻은 것이 더 많다. 국제 사회에 남·북 공조의 모습을 분명히 보여줬고, 김정은 역시 비핵화와 경제 개방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에 그간의 노력과 과정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이어 “트럼프의 망나니 행동과 미국 군산복합체의 속셈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 이 역시 장기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다. 그 간의 트럼프가 한 발언도 있기 때문에 다시 험악한 상황으로 돌아가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에 그러한 빌미를 계속 줄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은 “북한이나 미국이나 상호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꺼번에 원하는 것을 다 얻으려고 욕심을 부렸고 충돌이 생겼다”면서도 “양측이 모두 파국을 원치 않기 때문에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중재자로서 해야 할 역할은 더 커진 셈이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서둘러 핫라인도 가동하고 적극적인 노력을 우리 정부가 기울일 때가 됐다”고 짚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지 7시간여 만인 25일 오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를 통해 “미국 측의 일방적인 회담 취소 공개는 우리로 하여금 여직껏 기울인 노력과 우리가 새롭게 선택하여 가는 이 길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북한의 첫 공식성명이 예전과 달리 톤다운 하면서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내용이어서 다행이다. 우선 핫라인과 고위급회담부터 열어 신뢰를 회복하고 미국을 대화로 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진애 전 의원(도시 건축가)은 “세기의 협상, 세계 평화를 만드는 협상이 너무 순탄하면 그게 또 이상한 거겠지요. 각국의 사정들과 각 인물의 사정이 어지럽게 얽혀있으니 (그렇다). 그러나 긍정의 희망은 살아있습니다”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한 이유를 두고, 미국 내부의 정치적 문제로 인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 취소의 본질을 미국 내부의 문제이자, 내부적으로 조율 준비가 부족했다고 봤다. 김 교수는 “김 부상이 ‘수뇌 상봉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는지 아니면 자신감이 없었던 탓인지 그 리유에 대해서는 가늠하기 어려우나’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북한도 미국 내부의 문제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가는 듯하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이어 “미국 내부에서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70~80%가 부정적으로 본다고 한다. 단순히 대북 강경파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 군산복합체뿐만 아니라 의회,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고 한다. 심지어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북핵 문제를 트럼프가 해결하는 것에 대해 소위 전략가들 사이에 자존심의 문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고 담화를 마무리하고 있다. 북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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