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한미파슨스 직원들이 서울 강서구 방화지구 장애인 임대아파트에서 도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외국인 직원도 함께 일하고 있다.
건설서비스업체 ‘한미파슨스’ 복지시설 개·보수 봉사 시엠(CM·Construction Management)은 발주하는 이의 건설 비용을 절감하고 공기를 단축시켜주는 신진 건설서비스다. 즉, 설계나 시공 등을 맡은 지정 용역업체의 업무 전반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건설 전문가들이 떠맡는 특화 사업이다. 이들이 자신만의 건설 노하우로 펼치는 봉사 활동 역시 ‘특화 노느매기’로 분류될 법하다. 시엠 전문 회사인 한미파슨스는 주로 낡은 사회복지 시설을 개·보수하는데 힘을 쓰고 있다. 여러 기업체에서 하고 있는 노력 봉사나 기부만큼 두드러지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구석에서 냄새가 나는 더운 여름이나 궂은 날이 많고 기온도 뚝 떨어진 요즘만큼 이들의 ‘손품’이 값진 때는 없다. 지붕·배선·보일러…
뭐든 뚝딱뚝딱
연봉계약 ‘손품 특약’ 간단한 전기시설 안전점검은 물론 시설물 신축까지 이들의 몫이다. 경기 시흥시에 있는 베다니의집에는 태양열 보일러를 놨다. 성남시 소망재활원의 지붕 방수 공사도 떠맡았다. 서울 중구의 가브리엘집에선 전기시설을 수리하고 문을 갈기도 했다. 딱히 제한이 있지 않다. 곳에 따라 둑도 쌓고 도배도 하고 때로는 축구 골대도 고친다. 가브리엘집은 30년이 넘어 전기시설이 엉망이었고 소망재활원에 방수 공사를 해줬던 업체는 부도가 나 있던 상태였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하자’를 보면 지나칠 수가 없다. 이런 곳이 15곳에 달한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전 직원 250여명이 조를 짜서 시설을 찾는다. 회사가 정한 ‘사회봉사의 날’이다. 목욕을 시켜주거나 함께 노니는 일이 선행되지만 다달이 2~3곳에선 크고 작은 공사들이 이어진다. 문화방송의 <느낌표>에서 추진한 ‘기적의 도서관’을 짓는 사업에도 동참, 싼 값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내 사회공헌팀요? 우린 그런 거 필요 없습니다. 직원 가운데 15곳을 각기 책임지는 조장이 있어요. 매달 시설을 방문한 뒤 조장들이 모여 회의를 합니다. 봉사 중에 오갔던 이야기를 모으고 안건도 올립니다. 그게 다음달 봉사내역이 되는 거예요.” 오기민(37) 총무과장이 덧붙였다. 현재 ‘사회공헌’ 담당이기도 한데 그가 유일한데다 기실 조장들의 모임을 주재하는 간사일 뿐이다. 이도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한다.
전사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회사의 힘이 궁금해진다. 연봉계약서를 보면 알 수 있다. △근로자는 회사의 사회봉사활동 취지를 이해하고, 본연의 업무 중 하나로 인식한다. △근로자는 고객만족에 저촉되지 않는 한 현업에 우선하여 월 1회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특약 사항이다. 강제성을 느낄 법도 하다. 하지만 막상 봉사활동을 다녀오면 하나같이 ‘느낌’이 달라진단다. 실제 자발적으로 월급 일부를 자동이체로 기부하는데 참여율이 100%에 가깝다. 회사를 세운 1996년부터 흔들림 없이 울력 봉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 회사 김종훈(56) 사장의 말은 이렇다. “한달에 하루는 반드시 봉사활동을 해야 합니다. 업무와 겹쳐도 해야죠. 우리 회사 직원이라면 그 정도 스케줄은 관리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그날 돈이냐, 봉사냐를 누군가 묻는다면 당연히 봉사를 꼽아야죠.” 특별한 사연에 앞서 기업의 사회적 환원이 중요하다는 원칙 때문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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