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오른쪽)이 지난 18일 국회의장실에서 드루킹 특검법안과 추경예산안의 ‘19일 본회의 동시 처리’를 합의한 뒤 여야 원내대표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하지만 추경 감액심사에서 여야 의견이 엇갈리는 등 심사가 늦 어지자, 여야는 21일에 특검-추경을 동시 처리하기로 다시 의견을 모았다.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 처리에 진통을 겪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을 수사할 ‘드루킹 특검법안’의 틀이 마련됐다. 수사 대상은 4가지로 비교적 간단한데, 수사팀 규모(특검보 3명, 파견검사 13명 등 87명)와 수사 기간(준비 기간 포함 최장 110일)은 현직 대통령 포함 15개 항목의 수사를 진행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 육박한다. 특검 임명은 이르면 6·13 지방선거 이전에도 가능하지만, 본격적인 수사 시작은 6월 말이나 7월 초로 예상된다.
■ 구성 절차 여야가 합의한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이번주 안에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달 29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공포된다. 특검 후보 추천 절차가 다소 다를 수 있지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경우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날로부터 보름째에 박영수 특검이 임명됐다. 과거 12차례 특검 후보 추천은 대한변호사협회(6건), 대법원장(4건), 야당(2건)이 맡았다. 가장 최근인 2012년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사저 특검과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은 야당이 추천권을 가졌다. 이번에는 협상 과정에서 야당 대신 대한변협이 추천하는 방식으로 돌아갔다. 대한변협 쪽은 “20일 현재 10여명 정도가 후보 추천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대한변협은 4명의 특검 후보를 국회에 추천해야 한다.
특검이 임명되면 준비 기간 20일 안에 특검보와 특별수사관 임명, 파견검사 및 파견공무원 요청을 해야 한다. 박영수 특검은 준비 기간 20일을 꽉 채웠는데, 특검팀 인선 과정에 검찰에서 넘겨받은 수사기록 검토와 일부 참고인 조사 등 사실상 수사를 병행했다. 파견검사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사법연수원 기수 등을 따져 인선한다. 박영수 특검의 경우 수사팀장을 맡을 파견검사로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을 ‘특정’해서 법무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공작 특별수사팀 상당수가 현재 서울중앙지검에 포진해 있는데, 댓글 수사 전문성을 고려하면 일부가 파견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선 “야당이 특검보다는 댓글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찰에 맡겼다면 더 확실한 수사가 됐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 수사 전망 과거 성공한 특검은 특검의 강력한 의지와 파견검사의 능력을 공통점으로 한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관계자는 “정권 1년 차 특검 수사라는 점에서 특검과 파견검사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대선을 전후로 댓글 추천수 조작이 있었고, 드루킹과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접촉이 확인된다면 특검의 특성상 김 의원 기소 판단도 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특검팀 파견 경험이 있는 검찰 관계자는 “경찰 초동수사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국정원 댓글 사건처럼 국가기관이 동원된 것도 아니고 현재까지 드러난 조작 방식이나 규모에 비춰볼 때 특검을 한다고 더 큰 결과물이 나올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드루킹과 김 의원 사이의 의혹이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고, 특검을 통해 댓글 추천수 조작 시기와 규모가 이제까지 드러난 것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최고 정보기관이 조직적으로 벌인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건과는 출발선부터 다르다는 것이다.
드루킹 특검이 수사 기간 60일을 채우고 연장(30일)될 경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연장 거부로 70일 만에 끝난 박근혜-최순실 특검의 수사 기간보다 더 길어진다. 당시 황 권한대행은 “검찰 수사 기간을 포함해 115일간 수사가 이뤄졌다”는 이유를 들어 연장을 거부했다.
■ 남은 쟁점 여야는 특검법 수사 대상을 두고는 아직 완전한 합의를 보지 못했다.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조항을 두고 자기 쪽에 유리한 해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드루킹의 추천수 조작을 사전에 알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 의원이 ‘인지수사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여당은 드루킹과 그 주변 인물 수사에 집중해야 한다며 선을 긋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금태섭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객관적 자료가 있는 것도 아닌데, 가정을 전제로 수사 범위를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여당 내부에선 “기존에 나오지 않은 것을 찾아내려는 특검의 속성상 수사가 시작되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남일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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