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검찰 깃발이 걸려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법무부 산하기관과 검찰청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 10명 가운데 6명이 직장 내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면 신고 건수는 한해 평균 3건도 되지 않았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대책위원회(위원장 권인숙)는 17일 법무·검찰 전체 여성 직원 8194명을 상대로 우편 설문조사(3월26일~4월6일)한 결과, 재직 중 성희롱이나 성범죄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응답자(7407명)의 61.6%에 달했다.
여성 검사의 경우 응답자의 70.6%가 피해를 보았다고 답했다. 특히 재직 3년 이하 초임 검사도 응답자의 42.6%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밝혀, 성폭력·성희롱이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권인숙 위원장은 “서지현 검사 사건이 빙산의 일각이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피해 유형을 보면 음담패설 등 언어적 성희롱 피해가 51%로 가장 많았다. 외모와 몸매 평가(40.2%), 회식 술 시중이나 춤 강요(37.9%), 가슴 등 특정 신체 부위 응시(24.7%) 피해도 잦았다. 특히 포옹·입맞춤 등 의도적 신체 접촉 피해 비율(22.1%)도 높았다. 강제적 성관계가 있었다는 응답(0.04%, 30명 추산)도 있었다.
피해를 본 여성 직원 5명 중 1명(19.6%)은 2차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주변에 말했더니 참으라고 했다’(14.3%), ‘가해자 경징계’(4.7%), ‘문제 유발자 낙인’(6.8%) 등이 대표적 2차 피해 유형으로 지목됐다.
성희롱·성범죄 피해를 공식적으로 제기하지 못하는 조직 문화도 확인됐다. ‘피해자를 탓하는 분위기’(70.9%), ‘조직에 부적절한 인물로 취급당할 가능성’(68.3%), ‘엄정 처리되는 사례를 보지 못함’(66.7%) 등이 문제 제기를 가로막는 원인으로 꼽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마련된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가 처리한 사건은 최근 7년(2011~2017년)간 18건에 불과했다. 대책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성희롱·성범죄 고충처리를 담당할 장관 직속기구를 설치하고, 해당 사건은 내부 결재 없이 직속기구에 직보할 것 등을 권고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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