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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회갑맞아 인수봉 200회 등정 기념전 여는 유시건씨

등록 2005-12-02 18:42수정 2005-12-02 18:42

회갑맞아 인수봉 200회 등정 기념전 여는 유시건씨
회갑맞아 인수봉 200회 등정 기념전 여는 유시건씨
“바라만 봐도 가슴 뛰는 내 님, 인수”
그가 처음 인수봉을 본 것은 20대 후반 무렵이었다. 서울의 북쪽 하늘에 우뚝 솟은 흰 바위 산의 웅자는 일찌기 경험하지 못한 경외감이었다. 하지만 오를 수 없는 산이었다. 전문 클라이머가 아니었기에 인수봉은 산 아래에서 또는 이웃한 백운대에서 그저 안달하며 바라볼 뿐, 품을 수 없는 애인이거나 성처녀였다. 하지만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언젠가는 오랜 사랑이 시작되리라는 예감이 운명처럼 스쳐갔다.

그렇게 십수년이 흐른 80년대 중반, 불혹을 넘긴 그 사내는 마침내 "인수봉과 한 몸이 되었다." 그러기를 또다시 십수년, 이제 이순의 나이를 맞은 사내는 이 오랜 사랑을 벗들과 더불어 기념하기로 결심한다.

북한산 인수봉이 좋아 그 바위 봉우리만 200회 등반한 아마추어 산악인이 있다. 유시건(60)씨가 그 주인공이다. 유씨는 회갑을 맞은 지난 3월 꼭 200번째로 인수봉에 올랐다. 벗들과 101번, 혼자서는 99번째였다. 유씨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근무하다 퇴직할 때까지 산을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정년을 불과 몇년 남기고 직장을 박차고 나온 것은 “더이상 자유에의 갈망과 산에 대한 갈증을 견기디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스스로 ‘백수’가 된 그는 2003년부터 지난 3월까지 혼자서 65번 인수봉에 올랐다. "충만한 자유와 차라투스트라의 고독으로 고양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희게 빛나며 하나로 우뚝 솟은 인수는 내가 사랑하는 님이요, 토템이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었습니다. 고달픈 몸에 원기를 채워 주웠고 마음의 속진을 씻어주었습니다.” 유씨는 사랑하는 연인을 찾아 산을 헤매는 광인처럼, 진리를 찾는 도인처럼 인수봉을 오르내렸더니 어느새 흰 머리 날리는 예순이더라고 웃는다.

" ‘고독 길’에 붙어 있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인수의 바위와 한 몸으로 밀착되어 있을 때면 자연이 내가 되고, 내가 자연이 되는 합일의 순간을 체험합니다.”

유씨는 대구 출신으로 경북대 철학과를 나왔다. 박봉을 아껴 사모은 산 그림과 등반 도중 틈틈히 그린 인수봉 그림들을 한 자리에 모아 인수봉과의 오랜 사랑을 기념하는 전시회를 5일부터 17일까지 인사동 와인카페 로마네꽁띠에서 연다. 산이 좋고 사람이 좋고 술이 좋은 분들은 한번쯤 들러보시기를. (02)722-4776.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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