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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교복 들추고 만지고…고교생 10명 중 3명 “선생님이 성희롱”

등록 2018-05-03 16:05수정 2018-05-03 21:20

인권위 ‘고등학생 성희롱 실태조사’ 발표
성적 좋으면 ‘격려’ 어려운 학생 ‘돌봄’ 빙자
교복 들추거나 손·머리·엉덩이 등 만지기도
“가해자 처벌보다 전체 인식 개선이 필요해”
3일 오전 서울 노원구 서울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용화여고 학생들의 창문운동을 오마주한 행위극을 하고 있다. 용화여고는 졸업생들이 교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뒤 재학생들이 창문에 `#Me Too/ #With You/We Can Do Anything' 문구를 붙이며 함께 스쿨미투 운동에 참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3일 오전 서울 노원구 서울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용화여고 학생들의 창문운동을 오마주한 행위극을 하고 있다. 용화여고는 졸업생들이 교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뒤 재학생들이 창문에 `#Me Too/ #With You/We Can Do Anything' 문구를 붙이며 함께 스쿨미투 운동에 참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교복을 들추거나 잡아당기고, 손이나 머리·어깨·엉덩이 등 몸을 슬쩍 스치듯 만졌어요. 몸을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암기 목적이라며 음담패설을 늘어놓기도 했고요. 몸매나 외모에 대해 평가하기도 했어요.” 학생들은 학교에서부터 신체적·언어적·시각적 성폭력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이들이 성폭력을 당했다고 지목한 가해자들은 학교의 ‘선생님’들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해 전국 고등학교 1~3학년 학생 1014명(여학생 814명, 남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초·중·고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오랫동안 쉬쉬해왔던 ‘교사 성희롱’ 실태는 매우 광범위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등학생 응답자 10명 중 4명(40.9%)이 ‘교사에 의한 성희롱이 있다’고 답했고, 4명 중 1명은(27.7%) ‘직접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사에 의한 성희롱이 학교의 폐쇄성과 교사와 학생의 위계 구조, 교사의 낙후한 성감수성이 혼재되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전국연합학력평가에 응시하고 있는 학생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전국연합학력평가에 응시하고 있는 학생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성희롱 사건 처리 담당자와 청소년 활동가 등이 참여한 면접조사에서는 교사에게 성희롱을 당할 때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교사가 학생들을 통제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만연한 성희롱의 배경이 된다”고 지적했다. 면접조사 결과, 가해 교사들은 주로 공부를 잘하거나, 가정환경이 어려워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한 학생들을 성희롱 대상으로 삼았다. 성적이 좋은 학생은 ‘격려’를 명목으로,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은 ‘돌봄’을 이유로 성희롱을 한다는 것이다.

교사들의 낙후한 성감수성도 자신의 성희롱을 ‘학생들과의 소통’이나 ‘지도법’으로 착각하는 원인으로 꼽혔다. 실제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도록) 성행위를 언급하거나 성적인 비유 등을 하는 행위’(62.9%)를 불쾌한 성희롱 경험 중 하나로 꼽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불쾌감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당한 경험이 훈육과 학습 등을 가장한 성희롱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은 교사에게 성희롱을 당할 때 ‘가만히 있었다’(37.9%)거나 ‘참았다’(19.8%)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는 대부분 ‘행위의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38.9%)거나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30.9%) 등이었다.

진학과 성적을 좌우하는 교사와 학생 사이 ‘위계 구조’는 문제제기를 더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학생들은 교사의 성희롱에 적극 대응이 어려운 이유로 ‘진학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46.8%),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을 수 있다’(31.2%) 등을 들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노형미 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 변호사는 “학교라는 영역의 폐쇄성과 특수성으로 인해 일상적인 가해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며 “가해행위를 사후적으로 벌하는 것보다 예방적 조치, 즉 성에 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학교의 상담역량 강화나 학생 인권법 마련, 교사 대상 성희롱 예방교육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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