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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모든 세월호 목격자들과 ‘치유의 봄’ 맞고 싶습니다”

등록 2018-04-02 01:24수정 2018-04-02 01:32

[짬] ‘4·16재단’ 동참 호소하는 윤정숙 추진위원
4·16재단 추진위원으로 나선 윤정숙 녹색연합 공동대표가 3월 29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텨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4·16재단 추진위원으로 나선 윤정숙 녹색연합 공동대표가 3월 29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텨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그는 4월을 좋아했다. 그러나 2014년 4월16일 이후 그 역시 4월을 그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시절을 보냈다. 그날 이후 노란 리본을 달고 살아온 이들처럼 그도 “평생 빚진 자의 마음으로 겪게 되는 일들”을 겪었다. 2014년 세월호 생존자 학생들과 함께 경기도 광명부터 여의도 국회까지 걸었다. 지난 29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윤정숙 4·16재단 추진위원이자 녹색연합 공동대표는 “그때 한발 한발 걸으면서 느꼈던 발바닥부터 올라오는 참담함, 분노를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낮과 밤, 온몸에 새겨진 기억들이 지금도 어제 같다.

2014년 그날 이후 ‘잃어버린 4월’
생존 학생들과 광명~국회 걸으며
“발바닥부터 올라오던 분노 새겨”

지난해 11월 재단 추진단 발족식
유가족 150가정 500만원씩 ‘마중물’
‘5만명·10억’ 모아 5월12일 출범

그는 지난해 마지막 날 밤,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안산의 분향소로 향했다. 조용히 분향을 마치고 나오려다 팽목항으로 출발하는 유가족 엄마들을 마주쳤다. 엄마들과 두어시간을 함께 보낸 그 추웠던 밤, 12시가 되자 분향소 창밖 공원에선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엄마들은 “괜찮아요” 했지만, 그 고립감을 함께 몸에 새겼다.

앞서 지난해 11월4일 그는 4·16재단 추진단 발족식을 위해 안산에 갔다. ‘여기가 단원고입니다’ 간판을 통과할 때마다 “눈물이 콱 고이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이날 발족식에서 단원고 희생자 고 남지현양의 언니 서현씨가 말했다. “우리는 4·16 그날의 아픈 울타리를 벗어나 다시 봄을 맞이하는 법을 배우고 있으며 세월호를 목격한 이들의 연대가 새로운 길이 될 겁니다.”

윤 추진위원은 “서현씨의 말이 4·16재단이 해야 할 일을 함축하고 있었다”며 “유가족은 피해자에서 상처받은 치유자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만드는 기적 4·16재단’은 ‘어디에나 있을’ 세월호 목격자들을 잇고 모아 중심이 되는 ‘모두의 재단’을 만들고 싶다. 그는 “고통의 연대를 넘어 변화의 연대, 전환의 가치를 만드는 재단을 만들고 싶다”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유가족이 먼저 마중물이 됐다. 유가족 150가정이 500만원씩을 모아 7억여원을 마련했다. 오는 5월12일 재단 출범을 앞두고 시민들의 참여도 뜨거워지고 있다. 4월1일 현재, 4·16 기억위원 9100여명이 5억9천여만원을 모았다. 5만 기억위원, 10억원 모금의 목표를 이루려면 어디선가 목격자로 지난 4년을 살아온 더 많은 시민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4·16재단 누리집(416foundation.org)은 “참사 기억과 치유 활동을 이어가는 동시에 안전사회를 구축하는 사회·제도적 시스템 마련에 힘써야 합니다”라고 설립을 제안한다. 여기서 기억위원, 국민발기인으로 가입도 가능하다. 재단은 ‘4·16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하지만, 시민 참여가 없다면 ‘모두의 재단’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윤 추진위원도 한 명의 시민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동참했다. 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를 지내다 2012년 상근 활동을 마치고 피정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2011년 후쿠시마 참사를 보면서 잠을 못 자고 열이 나서 열흘을 앓았어요. 활동가로 25년을 지내면서 스스로 궁금했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었어요. 2014년 안산 분향소에 처음 갔을 때 ‘돈보다 생명’이라는 구호가 특히 마음에 남았어요.” 우리가 살아가고, 사회가 움직이고,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절박하게 생각하던 터에 세월호라는 운명을 만났다. 생명, 생태, 가치의 전환이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난해 녹색연합 공동대표를 맡으면서도 4·16재단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인간은 나뭇잎 하나도 만들지 못한다고 하잖아요. 그런 인간이 처참하게 생명을 파괴한 사태가 후쿠시마, 세월호죠. 이런 절실한 전환의 기회를 놓치면….”

재단은 미래세대가 전환을 이끌도록 도울 뿐이다. 그래서 4·16재단의 가장 절실한 다짐은 “청소년(미래세대)을 가장 사랑하는 재단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미 세월호에서 희생된 304명의 희생자가 4·16재단의 명예이사장이다.

“생존 학생들, 희생 학생의 형제자매들이 20대가 됐어요. 그들이 정기 모임을 갖고 이제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해요. 전환의 수레바퀴를 앞에서 끌어갈 사람들이죠. 그들이 스스로 증언하고,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가 되고 싶습니다.”

윤 추진위원은 2014년 행진 때 보았던 한 시민이 잊히지 않는다. “여의도 다리를 건너는데 어떤 분이 누런 라면박스에 검은 매직으로 쓴 글씨를 들고 대열이 끝날 때까지 서 있었어요. ‘당신들을 응원한다. 진실은 밝혀진다.’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세월호를 체험하고 목격한 분들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김아랑 선수처럼 손톱만한 노란 리본 하나를 새겨온 분들요.”

4·16재단에 피해자로만 남지 않으려는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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