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1852일만에…검찰 영장발부 뒤 신병확보 동부구치소 수감
법원 “범죄 중대성 비춰 구속 필요 인정된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동부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111억원 뇌물수수와 ㈜다스 비자금 348억원 조성 등의 혐의로 퇴임한 지 1852일 만에 구속됐다.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건 노태우·전두환·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다. 검찰은 앞으로 최장 20일 동안 이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밤 11시6분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이 사건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므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검찰이 청구한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나오지 않겠다고 밝히자 이날 오전 ‘서류심사’로 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법원에 증거기록 등 157권, 8만쪽에 이르는 자료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서울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으로 출발해 신병을 확보한 뒤 곧바로 서울 동부구치소로 이송 수감했다. 이로써 서울구치소에 있는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두 전직 대통령이 한 시점에 수감됐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주요 혐의에 대한 소명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다스 실소유 의혹과 관련해 영포빌딩에서 나온 ‘대통령 퇴임 뒤 다스 차명 지분 회수 방안’ 등 청와대 문건과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및 ‘차명재산 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셈이다.
검찰은 의견서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이 증거인멸·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는 태도 등에 비춰 향후 증인들을 회유, 협박하거나 정치적 사건으로 왜곡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고, 중형 선고가 예상돼 도망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법원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수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사찰문건 등 재임 당시 사정기관을 이용한 전방위적인 불법사찰이 진행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 발부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난 10개월 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가족들은 인륜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있고, 휴일도 없이 일만 했던 사람들이 나로 인해 고통받는 것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며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