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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새우깡도 빼빼로도 ‘짝퉁’이었다

등록 2005-02-02 15:06수정 2009-02-09 17:47


일본방송, 한국의 ‘일본 과자 베끼기’ 실태 고발

‘펌’과 ‘베끼기’가 디지털의 특성만은 아니다. 저작권자의 동의와 인지 없는 무단복사가 횡행하는 곳이 온라인 세계만은 아니다. 창작과 아이디어의 멀고 어려운 길 대신 ‘손쉬운 베끼기’의 유혹은 언제나 가까이 있다. ‘모방의 왕국’이라는 평가를 받는 일본이 한국을 향해서 “우리도 모방을 통해 발전한 나라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다른 분야 아닌 국민의 입맛이 모방의 대상이었다. 우리나라 인기 과자제품들이 이웃나라 제품을 맛과 모양, 포장까지 베껴낸 ‘짝퉁’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네티즌들이 이를 둘러싼 논쟁을 벌이고 있다. [편집자]

한국의 ‘새우깡’과 일본의 ‘에비센’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 개발된 것일까?


30년 넘게 한국인의 입맛을 붙잡아온 ‘새우깡’이 일본과자를 베낀 제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이 ‘나라망신’이라고 씁쓸해 하고 있다.

일본 ‘TV도쿄’(http://www.tv-tokyo.co.jp)는 지난달 26일 해외 경제뉴스 프로그램인 ‘월드비즈니스 새털라이트(World Business Satellite)’를 통해 한국 제과업계의 일본과자 베끼기 관행을 10여분에 걸쳐 방송했다. ‘산업경쟁력의 원천/지적재산’이라는 제목을 내건 이 방송은 “한국 과자류의 상당수가 일본 것을 그대로 무단 도용했다”며 “일본도 모방을 통해 발전한 나라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며 한국내 모방제품 현황을 출시연도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소개했다.

TV도쿄는 이 근거로 농심 새우깡(1971년 출시)과 일본 가루비의 갓빠 에비센(1964년 출시), 롯데 빼빼로(1988)와 일본 글리코 포키(1966), 오리온 초코송이(1984)와 일본 메이지제과의 기노코노야마(1975), 해태제과 칼로리바란스(1995)와 일본 오스카제약의 칼로리메이트(1983)를 사례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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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모양, 포장뿐 아니라 맛도 비슷

한국제과업체 “똑같아도 줄 하나 더 있으면 한국선 모방제품 아니다”

또 최근 모방논란이 일었던 해태음료 아미노업과 기린 아미노서플리, 크라운제과 마이츄와 모리나가 하이츄를 비롯 한국의 몇몇 스낵과자와 캐러멜을 소개하며, 누가봐도 한국과 일본의 두 상품은 이름만 달랐지 상품의 디자인이나 맛에서 비슷하다고 방송했다.

TV도쿄는 이날 방송에서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알 수 있는 한국 과자에 대해 일본의 맛과 포장이 비슷하다”고 전한 뒤 거리의 한국 사람들에게 일본 과자를 먹고 무엇인지 맞춰보라고 했고, 이를 맛 본 한국 사람들이 일본 과자가 아니라 ‘베낀’ 한국 과자의 이름을 말하는 모습을 그대로 내보내기도 했다.

TV도쿄는 또 한국의 한 제과업체 관계자가 “도용이 아니라 벤치마킹”이라고 해명한 내용과, 한국 음료업체의 일본인 임원이 “똑같아 보여도 줄 하나가 더 들어가 있으면 한국에서는 모방 제품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는 내용도 함께 내보내 ‘모방’에 대한 한국 내의 느슨한 인식을 꼬집기도 했다.

‘과자도용’ 의혹 지난해부터…네티즌 “나라망신이다!”

‘과자 모방’ 의혹은 지난해부터 인터넷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칸쵸, 홈런볼, 카라멜콘과 땅콩, 칼로리 바란스 등의 제품을 일본 제품과 비교한 사진이 블로그 등을 통해 떠돌았다. 방송이 나가기 전만 해도 네티즌들은 일본 과자와 한국 과자의 포장지를 비교한 게시물을 보며, 일본이 우리나라의 과자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실제 네이버 블로그에는 “따라쟁이 일본! 일본은 완전 베껴가지고 자기들 것으로 만든다”라는 비난글이 올라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한국 과자가 일본 과자를 베꼈다”는 사실이 뒤늦게 국내에 알려지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일본 제품을 따라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맛, 크기, 모양, 포장까지 똑같을 줄 몰랐다”며 “나라망신”이라며 당황해 했다.

네티즌 ‘thwlfhgmlfua’는 “완전 쪽팔린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식으로 국위선양하시면 안되지. 제과회사님들”이라고 글을 남겼다.

‘koko2636’는 “아무리 일본이 우리나라 것을 베낀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일본 것 베끼는 게 몇 배는 더 많을거다”라며 “우리나라는 과자나 음료수도 도용하지만, 방송프로그램도 일본을 따라 한다. 솔직히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당당하게 행동한다면 우리나라 것 맘대로 베끼고도 당당한 중국이랑 뭐가 다른가”라고 씁쓸해했다.

또 일부 네티즌은 국내 제과업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hingu5678’는 “솔직히 비슷한 과자들 너무 많다. 인정할 것 인정하고 좋은 과자 만들라”고 주문했으며, ‘1nterdog’는 “과자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제발 반성을 하라”고 당부했다.

“한류열풍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적 깎아내리기 방송 아니냐”

반면 “한류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국 깎아내리기 방송을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도 있었다.

‘ds4326cjstk’는 “일본은 우리의 김치를 기무치라 해서 팔아먹으면서, 김치를 베낀 것이 아니라고 한다. 대체 왜 그런 것은 방송에 내보내지 않는 것인지, 그것이 더 심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hsbhsb777’는 “우리의 김치를 조금 변형시킨 기무치를 자기네 것이라고 떠든 거 보면 거의 짝퉁 수준 아니냐?”고 일본의 김치 베끼기를 꼬집었으며, ‘goryeohanguk’는 “자기들은 우리의 김치를 베껴서 외국에 팔아먹으면서 우리가 과자 베꼈다고 난리다”라고 꼬집었다.

‘ccideang35’는 “한국 과자와 일본 과자가 비슷한 것도 사실이고, 한류 때문에 일본이 한국을 견제하는 것도 사실인것 같다”며 “그렇지만 아무리 과자가 거기서 거기라 해도 우리나라가 좀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업체 “베낀 것 아니다. 벤치마킹으로 봐야”

국내 제과업체들은 두 나라 업체 사이의 오랜 관행일 뿐 우리쪽의 일방적인 베끼기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특히, 정작 일본업체들은 잠자코 있는데 방송이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의도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농심 최호민 홍보팀 차장은 “우리 제품이 일본의 에비셍이라는 과자와 비슷한 건 사실이지만 따라한 것은 아니다”라며 “여러 제품을 참조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제품이 나올 수는 있지만 우리 제품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또 “수십년이 지난 얘기를 이제와서 들추는 건 일본에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견제하려는 ‘한국 깎아내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태제과 홍보팀 소성수 과장은 “제품을 기술이전한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 차원에서 가져와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벤치마킹으로 봐야 한다. 방송에 대한 대응은 다른 업체들의 대응수위를 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제과 홍보팀 안성근 계장은 “일본에도 우리나라 제품을 베낀 것이 돌아다닌다”며 “일본 해당 업체에서 문제제기를 한 적도 없는데, 언론이 이를 트집잡은 것은 한류열풍에 대한 반감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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