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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MB, 측근들 자백·영포빌딩 문건 증거조차 “조작” 우기기

등록 2018-03-15 21:03수정 2018-03-16 10:44

MB “도곡동 땅 매각대금 67억
논현동 자택 건축에 쓰긴 했지만
형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 빌린것”
뒷받침할 차용증 없고 이자 안내

다스 근무 아들 이시형씨 질문엔
“관여 안해…아들과 큰아버지간 문제”
삼성 소송비 대납엔 “에이킨 검프가
무료로 도와주는 정도로만 알아”
관련문건 작성 인정 김백준 향해
“왜 그렇게 진술했는지 이해 안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부터 ‘1박2일’로 이어진 ‘마라톤 조사’에서 20여개의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은 사전에 준비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 소유의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에서 발견된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문건을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거나, 이를 작성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측근들을 겨냥해 “허위진술을 했다”며 잡아뗐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의 이런 진술 태도와 관련해 한 검찰 관계자는 “궁지에 몰린 처량한 피의자로 비치지 않고 검찰에 맞서는 한쪽 당사자라는 이미지를 더 생각한 거 같다. 상식적이고 일리 있게 진술을 한다고 해서 검찰의 기소 내용이 달라질 것도 아니어서 사리에 맞는 진술로 검찰 조사 내용에 맞춰줄 필요가 없다는 계산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 이 전 대통령 어떤 진술 내놨나?

전날 오전부터 14시간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이 내놓은 진술 대부분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격’이었다. 혐의를 둘러싼 모든 진술과 물증이 자신을 가리키는데도 이 전 대통령은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한다. 가장 먼저 검찰 조사가 이뤄진 다스, 도곡동 땅 실소유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은 “차명재산을 보유한 적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자신의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 명의의 도곡동 땅 매각대금 67억원이 본인의 논현동 자택 건축 등에 쓰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 돈은 이 회장에게서 대여했다”는 식이다. 하지만 돈을 빌렸다는 내용을 뒷받침하는 ‘차용증’도 없었고, 이자를 준 적도 없었다고 한다.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 투자된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전 대통령은 최측근들의 진술 내용을 부인하며 “이들이 자신의 처벌을 경감하기 위해 허위진술을 한 게 아니냐”고 답했다. 지금껏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 강경호 사장 등 전·현직 경영진과 ‘재산관리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이영배 금강 대표, 심지어 조카인 이동형 다스 부회장마저 다스의 실소유주로 ‘한 사람’을 지목했지만, 정작 본인은 부인한 것이다. 아들 이시형씨와 관련해서도 이 전 대통령은 “다스에 가서 어떤 일을 하는지 관여한 바 없다. 그건 아들과 큰아버지(이상은 회장) 사이의 문제”라고 진술했다.

■ “김백준 왜 그렇게 진술했는지 이해 안 가”

이 전 대통령은 삼성의 소송비 대납이 담긴 ‘결정적 문건’을 보고도 “조작된 문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 소송비 대납은 알지 못했고, 다만 ‘에이킨 검프’가 무료로 다스 소송을 도와주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이 문건의 작성자인 김백준 전 기획관은 “내가 작성한 것이 맞다”고 진술한 바 있다. 또 이 전 대통령은 영포빌딩에서 발견된 차명재산 관련 문건 등 다른 문건에 대해서도 “(나는) 보고받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하는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조사에서 최측근이었던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을 ‘압박 카드’로 주요하게 활용했는데, 그때마다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기획관이 왜 그렇게 진술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날을 세우며 진술을 ‘날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한다.

검찰은 조사 시작부터 이 전 대통령이 부인 전략으로 일관하자, 내부적으로 갖고 있던 ‘핵심 카드’를 전부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한정된 시간에 많은 부분을 조사해야 해서 진술이나 자료 중 일부만 제시했고, 가능하면 이 전 대통령의 말을 많이 듣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가진 주요 증거들을 내밀어 재판 때 이를 방어할 기회를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부인하면, 갖고 있는 증거들을 모두 공개하지 않다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 때 공개하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도 첫 조사 당시 핵심 증거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수사보고서’ 형태로 법원에 따로 제출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조사 때 김희중 전 부속실장을 통해 국정원에서 받은 10만달러(약 1억원) 등 극히 일부 사실만 인정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용처를 밝히긴 어렵고, 나랏일을 위해 쓰였다”고 답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돈이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전달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이) 김 여사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기간 순방 일정이 담긴 일정표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빽빽한 일정표로, 굉장히 바빴다는 취지가 담겼다”며 “알리바이용은 아니고 업무에 관해 설명하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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