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다. 검찰에 소환되는 역대 다섯 번째 대통령이다. 사진 왼쪽부터 1995년 11월 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노태우 전 대통령, 1995년 12월 3일 경남 합천군에서 압송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 2009년 4월 30일 대검에 소환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지난해 3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14일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예상대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곡동 땅도 자신의 것이 아니고, 다스도 자신의 것이 아니어서 경영에도 관여한 적이 없다는 식이었다. 지금껏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된 네 명 전직 대통령들도 검찰 소환에 응하는 방식이나 조사 태도는 달랐지만, 주요 혐의를 모두 부인한 바 있다.
지난해 3월21일 검찰에 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때 미리 준비해온 대본을 읽는 듯한 ‘시나리오형’에 속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난 지 11일 만에 검찰에 소환된 박 전 대통령은 14시간 동안 “최순실씨에게 속았다는 마음이 들어 참담한 심정” “삼성이 정유라를 지원했는지, 말을 사 줬는지도 몰랐다” 등 준비된 답변을 되풀이했다. 조사는 당일 밤 11시40분쯤 끝났지만, 다음날 아침 7시까지 7시간가량 조서를 열람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1기의 소환통보에 세 차례 불응했고, 박영수 특검의 소환에도 불응하다 탄핵 뒤 민간인 신분이 돼서야 조사에 응했다.
자신이 법조인이기도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와 관련해 진퇴를 구분할 줄 아는 ‘변호사형’이었다고 한다. 2009년 4월 검찰에 나온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은 최소화하면서도 방어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맞다, 아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 짧은 답을 주로 했고, 평가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의 소환통보에 ‘골목 성명’으로 맞선 ‘발끈형’이었다. 지난 1995년 12월 검찰이 전 전 대통령에게 소환을 통보하자, 그는 서울 연희동 집 앞에서 “소환 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히고 고향 합천으로 내려갔다. 이에 검찰은 사전구속영장을 받아 그를 체포했고, 전 전 대통령은 안양교도소 독방에 수감된 뒤에도 “5공화국의 정통성을 수호하겠다”며 단식투쟁을 벌이다 병원에 실려 갔다.
이와 달리 노태우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순순히 응했지만, 실제 조사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한다.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1995년 11월 대검찰청에 출석한 노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서 “여러분 가슴에 안고 있는 불신 그리고 갈등, 모두 내가 안고 가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17시간 이어진 조사에서는 “말할 수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 “모르겠다”는 답변만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