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오전 9시15분 서울 논현동 자택을 떠났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고성과 수백명에 이르는 취재진이 뒤섞여 혼잡한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은 한마디 언급도 없이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했다.
이날 오전 9시14분 자택 차고지의 문이 열리며 나온 검정색 제네시스 승용차 등 총 4대의 차량이 출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차량에 탑승한 채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선 밤새 민중민주당 관계자들이 교대하며 ‘이명박 구속! 4자방비리재산 환수!’가 적힌 팻말을 세워놓고 1인 시위를 벌였다. 7시20분께부터는 자신들을 ‘시민’으로 소개한 남성과 여성이 이 전 대통령 집으로부터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감방가기 딱 좋은 날”, “가훈이 정직-이명박 감방 가즈아~!”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을 지지하는 의사를 표했다.
새벽 6시34분 검정색 기아 SUV 차량과 6시48분 파란색 렉서스 승용차가 이 전 대통령 자택 차고지로 들어갔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 권성동 의원 등이 이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14일 오전 서울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집을 출발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자 집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민중민주당 당원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횡령, 조세포탈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대통령 퇴임 뒤 5년여 만이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7시32분 이 전 대통령 자택 앞 골목에 도착한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은 취재진에게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해서 쉼 없이 달려왔다. 이 정권은 오늘 그 꿈을 이뤘다. 이 자리에서 ‘정치보복’을 언급하지 않겠다. 이 자리에서 ‘정치보복’ 얘기한들 계란에 바위치기다. 어쨌든 이 같은 비극은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이 전 대통령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 전 대통령은 9시15분께 차량에 탑승해 논현동 집 앞 골목을 빠져 나갔다. 이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은 논현동 집을 떠나 교대역과 서초역을 지난 뒤 출발 10분 안에 서울중앙지검 서문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의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까지의 거리는 약 5km에 불과하다. 경찰은 현장 통제를 위해 논현동에 3개 중대, 서울중앙지검에 6개 중대 경비 인력을 배치했다.
9시30분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 예정인 이 전 대통령은 입구에 마련된 포토라인에서 입장을 밝힌 뒤 청사 10층에 있는 특수1부장실로 이동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곳에서 이 전 대통령은 수사를 지휘해온 한동훈 3차장과 조사 취지와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듣는 티타임을 갖게 된다. 이후 1년 전 박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은 1001호실에서 본격적인 조사를 받는다.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은 2013년 2월24일 퇴임한 지 1844일 만의 일이다. 전직 대통령의 검찰 출석은 이번이 다섯번째이고,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은 지 1년 만이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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