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취재진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에서 말씀을 할 거 같고, 사안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
검찰 조사를 하루 앞둔 13일 이 전 대통령 쪽이 밝힌 이 짧은 답변은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힌트를 담은 ‘예고편’처럼 보인다. 포토라인에서 밝힐 메시지도 지난 1월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20여개에 이르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을 위해 자정을 넘기는 ‘마라톤 조사’를 이어갈 태세다.
조사방식, ‘박근혜 전례’ 따를 듯
이 전 대통령은 14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해 입구에 마련된 ‘노란색 포토라인’에서 입장을 밝힌 뒤 청사 10층에 있는 특수1부장실로 이동할 예정이다.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례에 따라 수사를 지휘해온 한동훈 3차장이 이 전 대통령과 잠시 티타임을 갖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조사 취지와 조사방식 등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사에는 다스 수사를 담당했던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110억원대 뇌물 혐의를 수사해온 송경호 특수2부장, 이복현 특수2부 부부장이 나선다. 이 부부장이 조사 시작부터 끝까지 조서 작성 실무를 맡고, 두 부장검사는 각자 맡은 영역을 조사할 때 들어와 문답을 이어간다. 조사 때 호칭은 “대통령님”으로 부르고, 신문조서에는 피의자로 기재된다.
혐의 부인 예상…대질신문은 없을 듯
이 전 대통령 쪽은 주요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 전략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뇌물수수 등에 대해서도 측근들이 알아서 한 일로 자신은 내용을 알지 못했고 지시를 한 적도 없다는 취지의 방어전략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검찰은 “불필요한 절차나 내용은 줄이고 실질적인 것 위주로 질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시간에 한계가 있는 만큼 에둘러 질문하지 않고 필요한 내용만 묻겠다는 뜻이다. 애초부터 이 전 대통령이 의미 있는 진술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대비한 만큼, 자백을 받으려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측근이었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 등을 불러 대질신문을 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예우 차원이기도 하지만, 혐의를 전면 부인할 경우엔 대질조사의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 일각에선 혐의를 뒷받침할 측근들의 진술과 물증이 충분한 만큼 이 전 대통령이 부인으로만 일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사 과정 영상녹화 예정
이 전 대통령 조사는 전 과정이 영상으로 녹화된다. 검찰 관계자는 “투명한 조사를 위해 영상녹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 전 대통령 쪽이 이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의 진술을 영상녹화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 동의가 필수는 아니지만 녹화 사실은 미리 알려줘야 한다. 1년 전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이 영상녹화를 하지 않아 ‘과잉예우’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오전 9시15분께 논현동 집을 출발해 교대역과 서초역을 지나 서울중앙지검 서문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교통신호 통제는 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은 소환 당일 6개 중대, 600여명의 경호 인력을 청사 주변에 배치한다. 서영지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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