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를 성추행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미투’ 열풍의 진원지가 된 ‘검찰 내 성폭력’에 대한 검찰 조사가 피해자에 대한 비난 등 ‘2차 가해’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직권조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과 인사 보복을 폭로한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는 최근 현직 부장검사의 글로 ‘2차 피해’를 봤다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에 명예훼손 혐의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서울의 한 검찰청 소속인 ㄱ부장검사는 서 검사가 성추행 의혹을 증언한 뒤인 지난 1월31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성추행 문제와 인사 문제를 결부시키지 말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ㄱ부장검사는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기 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피해자 코스프레’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서 검사가 인사상 특혜를 위해 폭로에 나섰다는 취지로 글을 적었다가 지운 것으로 전해졌다. 서 검사 쪽은 이 글 사본을 조사단에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서 검사는 지난해 9월 안 전 국장 사건과 관련해 자신과 면담을 했던 법무부 간부 ㄴ씨에게도 ‘2차 피해’를 봤다며 조사단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서 검사 쪽은 “ㄴ씨가 면담 후 윗선에 ‘서 검사가 진상조사를 요구하지 않고 인사 요청만 했다’는 내용으로 허위 보고를 해 검찰 내에 잘못된 편견이 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사단은 ㄱ부장검사와 ㄴ씨에 대한 조사 착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일 검찰 내 성폭력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인권위는 그동안 전·현직 검사들을 조사 대상자로 지정해 출석을 통보했고, 일부 대상자는 이미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중에는 검사와 수사관 등 검찰 직원뿐 아니라 검찰 외부인들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강제성’이 없는 인권위 직권조사의 특성상 유효한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검찰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인권위는 조사 대상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과태료 부과 외에는 별다른 조처를 할 수 없다. 인권위 관계자는 “현재 검찰에 징계기록을 요청했는데 아직 받지 못한 상황이다. 계속 협조를 요청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징계기록을 확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임재우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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