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 씨의 변호인단 장윤정 변호사(왼쪽)와 정혜선 변호사가 10일 오전 서울서부지검에서 김씨의 고소인 조사가 끝난 뒤 검찰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3.10 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정무비서 김지은(33)씨가 23시간 밤샘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김씨는 9일 오전 10시 참고인 자격으로 서울 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출석해 10일 오전 9시35분께 조사를 마쳤다.
김씨의 법률대리인인 정혜선 변호사는 조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가 본인 당한 피해사실에 대해서 사실대로 차분하게 잘 진술했다“며 “사안이 엄중하기 때문에 검찰에서 철저하고 공정하게 수사해줄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과 국민들께 특별히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 허위사실, 사적인 정보들이 유출되고 있는데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들이므로 그렇게 하지 않도록 당부 드린다”고 2차 가해를 멈춰줄 것을 호소했다.
김씨가 조사받고 있던 상황에서 안 전 지사가 갑작스럽게 출석을 통보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도 예측 못한 상황이었지만 피해자가 담담하게 잘 진술했다”고 밝혔다.
조사가 예상보다 길어진데에 대해 장윤정 변호사는 “중간중간 쉬는 시간 좀 가지고 충분한 휴식 취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가 예측치 못한 돌발상황으로 잠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으나) 피해자가 꿋꿋하게 피해사실을 말하겠다고 조사를 잘 마쳤다”고 전했다. 청사 정문을 통해 귀가한 변호사들과 달리 김씨는 변호인단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해 6월부터 안 전 지사에게 4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다음날인 지난 6일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과 위계 등 간음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김씨를 성폭행한 곳으로 추정된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을 3일 연속 압수수색해 CCTV(폐회로텔레비전)을 입수하고, 안 전 지사를 출국금지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두해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앞서 안 전지사는 9일 검찰에 자진 출석하겠다고 통보하고 이날 오후5시 ‘성폭행 폭로’ 나흘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 전 지사의 자진 출석으로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동시에 조사를 받는 상황이 연출돼 검찰은 김씨의 조사를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김씨는 “피할 이유가 없다” 며 계속 조사받겠다는 뜻을 검찰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는 9시간여 조사 끝에 10일 오전 2시 30분께 귀가했다. 안 전 지사는 검찰 출석 당시 피해자 김씨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조사를 마치고 청사를 나와 “(김씨는) 저를 지지하고 열심히 했던 제 참모였다. 상실감·배신감(을 줘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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