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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미투’ 비꼰 변호사에 누리꾼들 “나도 천재다” 일침

등록 2018-03-09 11:04수정 2018-03-10 15:26

서권천 변호사 “정봉주 성추행 피해자는 천재…
7년전 일 장소·시간별 나눴던 대화 기억” 비꼬아

누리꾼들, 2차 가해 지적·‘나도 천재’ 태그 함께
“피해자는 다 기억” 수십년전 추행 사례 줄줄이 올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왼쪽)와 정봉주 전 의원.
안희정 전 충남지사(왼쪽)와 정봉주 전 의원.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정치권으로 옮겨 붙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혔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이 알려졌고,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도 폭로됐다. 미투 운동이 격렬해지자, 그 반대의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그가 그럴리 없다’로 시작한 움직임은, 폭로한 피해자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음모론을 만들어 낸다. 한 현직 변호사는 피해자의 폭로가 ‘너무 구체적임’을 지적하며 음모론을 제기했는데, 변호사 인식의 편협함을 지적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SLG APC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이자 공인회계사인 서권천 변호사는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에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피해자의 폭로를 의심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서 변호사는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주장을 하는 피해자의 천재성에 감탄한다. 7년 전 일을 장소와 시간별로 막 나눴던 대화처럼 기억하고 있다”며 “방금 본 영화의 대사도 정확히 기억하지 쉽지 않은데, 보통 사람으로선 그저 놀라울 뿐이다. 수없이 재판을 했지만 이런 천재는 흔치 않다”고 적었다. 앞서 현직 기자라고 밝힌 ㄱ씨는 대학생 시절인 2011년 정 전 의원을 만나 성추행을 당했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정봉주에도 미투…서울시장 출마회견 취소)

서권천 변호사의 트위터 갈무리.
서권천 변호사의 트위터 갈무리.
서 변호사의 주장에 누리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가해자는 성폭력 사실을 쉽게 잊을 지 모르겠지만, 피해자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자신이 기억하는 생생한 폭력의 현장들을 나열하며 자신 역시 ‘천재’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누리꾼들이 폭로한 일상의 성폭력들이다.

“초등학교 2학년때 자주가던 동네 슈퍼 할저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 말이 성추행이지 솔직히 거의 강간이나 다름없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당시 성추행이라는 자각도 못 할 정도로 어렸지만 뭔가 이상하고 기분 나쁘다, 무섭다는 생각을 했고 어거지로 빠져나오기 직전까지 그 할저씨가 내빼는 내손을 꽉 쥐던 그 악력과 내가 그 일을 당하기 직전에 슈퍼에서 뭘 사려고 했는 지까지도 생생히 기억난다. 피해자는 잊을수가 없다”

“나는 천재입니다. 나는 35년 전 초딩 시절, 영계도 아닌 병아리 그림이 그려진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던 아저씨의 손톱 끝이 잘 다듬어지지 않아 따가웠던 것을 기억합니다. 나는 천재입니다. 나는 30년 전 등교길 만원버스에서 내 뒤에 몸을 밀착한 변태가 내 귓바퀴에 하악대며 불어넣던 입김의 온도를 기억합니다. 분명 41도였습니다. 동네 목욕탕의 열탕 온도가 41도였는데 지옥의 온도라고 느꼈거든요. (중략) 이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나는 천재입니다. 그러므로, 피해자는 물론 대한민국 여성 전체를 모욕한 누군가의 발언을 평생 잊지 않고 줄줄 외우고 다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천재니까요

“난 전 직장 상사가 생리휴가 쓴다니까 생리하는지 검사하겠다고 말한 장소(사무실 어느 책상 앞에서 였는지까지) 2007년 1월에, 옆에 같이 낄낄대던 다른 상사까지 다 기억나는데요? 고작 7년 전 유명인의 추행이라면 당연히 무조건 기억나죠”

“변호사님 저는 22년 전 제 몸을 더듬던 변태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15년 전 변태가 선의를 배푸는 척 끌고가 했던 말들을 기억합니다. 피해 입은 기억은 지우고 싶어도 못 지웁니다. 너무 끔찍해서 뇌 속 깊이 박힌 단어 하나 하나가 꿈 속에서 사무쳐도 잊지못합니다. 일상 생활과 피해 입는 순간을 동일시 하지마세요”

“변호사님 15년전에 막 브래지어를 착용하기 시작했을 때, 꼭 끈부분을 문지르던 선생님이 계셨어요. 저는 기분 표정, 그 때 그 공기, 상황, 교실에 들어오는 햇볕의 정도 뭐 하나 잊어버린 게 없습니다. 잊고싶다고 잊혀지는게 아니니까요. 네, 피해자입장에서 그런 기억은 이정도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여성들만 기억력이 뛰어난 것일까? 아니다. 남성들도 생생히 기억하는 순간들이 있다고 한다.

“저는 30년 전 군대생활 할 때 당했던 구타와 가혹행위를 지금도 분 단위로 서술할 수 있는데, 그러면 ‘천재’가 되는 것입니까?”

“하다 못해 전 23년 전 무서운 형들한테 맞고 삥 뜯겼을 때 들었던 말도, 인상착의도 그들의 표정도, 그날 날씨도 모조리 기억합니다. 그게 보통이에요. 아저씬 정말 남에게 뭘 당해본 적이 없고, 그저 착취만 하고 살아오셨구나”

한편, 서 변호사는 지난 3일엔 “성범죄를 단죄하는 척도가 문명을 가늠한다면 진실과 상관없이 주장만으로 헌법적 방어권을 박탈해 단죄하는 것도 야만이다”는 ‘여론 재판’을 지적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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