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시 ‘성폭력 대책’ 내용
가해자 징계 않는 사업주 징역형 추진
서울시, ‘2차피해’ 가담자도 중징계
당사자 외 주변인도 신고 가능하게
가해자 징계 않는 사업주 징역형 추진
서울시, ‘2차피해’ 가담자도 중징계
당사자 외 주변인도 신고 가능하게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번지는 가운데,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정부와 서울시가 8일 일제히 내놓은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은 가해자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 대책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는 방안이다. 피해자의 고발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적용을 정부가 성폭력 피해자에 한해 완화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죄 적용 때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도록 ‘위법성 조각사유’(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는 처벌하지 않음)를 폭넓게 해석해 기소를 않겠다는 뜻이다. 박균태 법무부 검찰국장은 “현재 (성폭력) 피해자들이 폭로하는 내용이 진실이고 공익을 위한 측면이 있기에 (수사 과정에서 명예훼손)죄가 되지 않는 식으로 법 해석을 적극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피해자들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할 때 명예훼손죄 처벌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다만 법무부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박 국장은 “이 조항을 없애면 과거 행적이나 성적 지향 등으로 명예를 훼손당했을 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권력관계를 이용한 ‘업무상 위계·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의 법정 최고형을 현행 징역 5년에서 10년으로 높이고, 공소시효도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한다. 성폭행을 당한 미성년 피해자에 대해선 가해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 시효를 성인이 될 때까지 정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또 성희롱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징역형으로 상향하고, 직장 안 성희롱 신고가 익명으로 이뤄져도 해당 사업장에 대해 행정지도를 하게 했다.
서울시가 낸 ‘성희롱·성폭력 및 2차 피해 예방대책’은 2차 피해 가담자까지 중징계하고 목격자와 주변인도 신고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뼈대다. 대책엔 성희롱 피해를 알린 사람에게 부당한 인사 조처를 하거나, 집단따돌림에 가담한 2차 가해자들을 중징계(정직 이상)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지난 1월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에서 성희롱 가해자를 피해자 근무지 근처로 발령했다가 철회한 사건이 있었는데, 늦게나마 이런 피해를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시는 또 ‘성희롱신고게시판’(행정포털)을 통한 신고뿐 아니라 외부 피시(PC)나 스마트폰에서도 신고할 수 있게 해 사건 제보를 더 적극적으로 받게 했다. 아울러 사건 발생 때 관리자, 가해자, 주변인 각각에게 행동요령을 교육하고, 2차 가해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1차 가해자와 같은 수준으로 징계하기로 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계속 같은 조직에서 일하는 경우 공간 분리는 물론, 업무상 관련될 일도 없게 해야 한다는 기준도 세웠다.
김경욱 남은주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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