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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안희정 캠프 인사들 “캠프 내 성폭력·물리적 폭력 만연했다”

등록 2018-03-08 10:34수정 2018-03-08 21:15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 명의 성명 발표
“노래방에서 노래·춤 강요는 흔한 일
선배에게 머리·뺨 맞고도 그냥 넘어가”
“비민주적 분위기 맹목적 순종 낳았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씨와 함께 지난해 대선 경선 캠프에서 근무했던 인사들이 김지은씨를 지지하는 입장을 8일 발표했다. 안 전 지사의 지지 그룹이 운영했던 트위터 계정 ‘팀스틸버드’는 “‘2017 민주당 경선 안희정 캠프’의 구성원 중 일부 멤버들의 메시지 전달을 요청받아 대신 전합니다”라며 이 성명을 자신들이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성명서에는 지난해 안희정 캠프 내에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이 만연했다는 내용과 함께 비민주적인 조직 문화를 폭로하는 내용이 들어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김지은과 함께 했던, 그리고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입장문에서 캠프 관계자들은 “앞에선 #미투를 운운하며 뒤에서 성폭력을 자행한 그의 이중잣대를 용서할 수 없다”며 김지은씨의 인터뷰 이후 캠프 참모진 중 어느 누구도 김지은씨를 지지하거나 반성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7일 두 번째 피해자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 후 ‘행동’을 결심했다는 이들은 지난해 경선 캠프에서 자신들이 겪었던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을 고발했다.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캠프 내에서) ”노래방에 가서 누군가 끌어안거나, 허리춤에 손을 갖다 대거나, 노래와 춤을 강요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며 “선배에게 머리를 맞거나 뺨을 맞고도 술에 취해 그랬겠거니 하고 넘어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미처 외부에 알리지 못한 이유에 대해 “그저 캠프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던 배경으로 ‘경선 캠프의 비민주적인 문화’를 꼽으며 “(캠프가 했던) ‘너네 지금 대통령 만들러 온 거야’라는 말은 당시에는 자부심을 심어주려는 말로 받아들였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안희정이라는 인물에 대한 맹목적인 순종을 낳았다”며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하면 묵살당하는 분위기에서 선배들과의 민주적인 소통은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이제 김지은씨에게 #위드유로 응답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안 전 지사의 성폭행을 “합의에 의한 관계”로 발표할 것을 지시한 비서실 인사를 징계할 것과 안 전 지사에 대한 정치권의 수사 지원 협력 등을 요구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저희는 안희정의 상습 성폭행 피해자인 김지은 씨와 경선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들입니다.

저희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안희정의 가치를 믿고 그와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안희정에 대한 믿음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앞에선 #미투를 운운하며 뒤에서 성폭력을 자행한 그의 이중잣대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김지은 씨의 인터뷰가 있고 나서 참모진은 아무런 조치 없이 긴 침묵에 빠졌습니다. 책임 있는 어느 누구도 김지은 씨의 용기를 지지하거나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젯밤, 두 번째 피해자에 대한 소식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참담하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심정입니다. 긴 침묵을 바라보며, 김지은 씨와 두 번째 피해자, 더 있을지 모를 피해자를 위해 이제 우리가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저희는 캠프 내에서 각자가 겪었던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노래방에 가서 누군가 끌어안거나, 허리춤에 손을 갖다대거나, 노래와 춤을 강요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습니다. 선배에게 머리를 맞거나 뺨을 맞고도 술에 취해 그랬겠거니 하고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만연한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은 ‘어쩌다 나에게만 일어난 사소한 일’이 아니라, ‘구조적인 환경’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저 캠프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음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왜 우리가 한 번도 제대로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민주주의는 안희정의 대표 슬로건이었지만, 캠프는 민주적이지 않았습니다. “너네 지금 대통령 만들러 온 거야"라는 말은 당시에는 자부심을 심어주려는 말로 받아들였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안희정이라는 인물에 대한 맹목적인 순종을 낳았습니다. 정작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하면 묵살당하는 분위기에서 선배들과의 민주적인 소통은 불가능했습니다. 저희 역시도 그러한 문화를 용인하고 방조하는 데 동참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죄책감마저 느낍니다.

서로 이런 경험을 나누고, 김지은 씨가 #미투에 참여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그 동안 겪은 모든 일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김지은 씨에게 #위드유로 응답하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피해자 김지은 씨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춰주십시오. “왜 거절을 못했느냐”, “평소 행실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 “정치적 목적이나 배후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말을 전하는 것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입니다.

둘째, 민주당은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발표할 것을 지시한 비서실 인사가 누구였는지 밝히고 당헌과 당규에 따라 성폭력 방조죄로 간주해 징계하십시오.

셋째, 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은 상습 성폭행 가해자 안희정의 성범죄 혐의에 관한 수사를 적극 지원하고, 정치권 내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 방지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여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십시오.

김지은 씨는 “국민들이 저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제가 없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저희는 김지은 씨를 지키는데 앞장서겠습니다. 공명정대한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지고, 피해자와 주변인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2차 가해 내용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2차 가해 내용을 발견하시면 아래 메일 주소로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김지은 씨에게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 우리가 옆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 분의 용기 있는 고백이 없었다면 우리도 피해자가 되었을지 모릅니다.

저희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든 피해자 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2차 가해 제보를 위한 메일 주소: withyoujieun@gmail.com

2018. 3. 8.

김지은과 함께 했던, 그리고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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