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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목회자 성폭력 문제는 한국 교회 ‘발등의 불’이죠”

등록 2018-03-07 19:26수정 2018-03-07 19:56

[짬]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김향숙 부부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의 대표 송길원(오른쪽) 목사와 김향숙 사모가 7일 성폭력 피해여성 치유상담센터 ‘#WITHYOU’ 개원 설명회를 열었다.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의 대표 송길원(오른쪽) 목사와 김향숙 사모가 7일 성폭력 피해여성 치유상담센터 ‘#WITHYOU’ 개원 설명회를 열었다.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도장리에서 성폭력 피해여성 치유상담센터가 문을 연다.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에서 운영할 센터의 이름은 ‘#WITHYOU’(샤프위드유)다.

지난 25년간 가정사역을 해온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61) 목사는 7일 센터장을 맡은 부인 김향숙(58)씨와 함께 개관 설명회를 열어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지원하기 위해 센터를 연다”고 밝혔다.

오늘 피해여성 치유상담센터 개원
경기도 양평 서종면 ‘#WITHYOU’
신체심리학자 부인 김씨 센터장 맡아
“몸과 마음 함께 치료해 ‘긍정’ 재생”

1992년부터 26년째 가정사역 활동
“법률·의료 지원까지 종합적 구조”

김향숙 센터장은 명지대 예술심리치료학과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몸을 통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도록 이끄는 신체심리학자다. 그가 ‘몸’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11년 전 갱년기로 인한 분노조절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김씨는 “마음도 댐 수위처럼 용량이 있는데, 분노가 조절이 안 되면 흘러넘쳐 화가 주위 사람들에게 향하게 된다”며 “그때 1박2일 몸 워크숍에 참가해보고 소리와 호흡 등을 통해 분노 조절 효과를 체험한 뒤 신체심리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폭력을 당하면 피해자의 마음에만 기억되는 게 아니에요. ‘기분 나쁜 접촉’을 몸이 기억하고 있어서 피해자가 자기 몸에 대해 ‘망가졌다’거나 ‘이제 결혼도 할 수 없다’는 등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재생하게 되지요. 그래서 상담 같은 언어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그는 “치료 도중에 피해자가 성폭력 장면을 떠올리면 몸에 엄청난 긴장이 유발되기에 심호흡을 유도하고, 치료자나 가족이 쓰다듬어주는 등의 몸치료와 긍정적 기억 등을 통해 자신의 몸을 새롭게 만나도록 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로 개신교인들을 대상으로 사역을 해온 부부는 성폭력 문제가 ‘한국 교회의 발등의 불’이라고 단언했다. 송 목사는 “최근 별세한 세계적인 복음전도사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1948년 사역을 시작하면서부터 머데스토 선언인 ‘그레이엄 룰’, 일종의 도덕률을 정해 성적 농담도 금하고, 아내 아닌 여성과 단둘이 만나거나 식사도 금해 그 큰 조직에서 성적인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한국에선 목회자 윤리도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데다, 신자들 사이에도 ‘목사를 건드리면 벌을 받는다’는 식의 잘못된 생각이 퍼져 있어 개선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김 센터장도 “몇년 전 여동생이 기도원에서 목사가 기도를 해주겠다며 새벽에 별도의 공간으로 데려가 성추행을 시도하는 바람에 놀라 도망쳐 나온 적이 있다”며 “목사들이 성서를 왜곡하는 사례가 많아 신도들이 성폭력을 당하면서도 그것이 성폭력인지 인지조차 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가령 목사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라거나 ‘너는 나의 라헬(야곱의 두번째 아내)’이라고 하며 다가올 때 ‘우리 목사님이 나를 특별하게 사랑하는구나’라고 착각하는 신도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무방비 상태에서 성폭력을 당하고 한참 뒤에야 충격과 상처를 받기 때문에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때를 놓치거나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목사가 성폭력 가해자일 때, 교회에서 존경받고 추앙받는 성직자의 모습이 아니라 ‘남편의 진짜 모습’을 본 ‘가해자의 부인’이 받는 상처도 피해 당사자 못지않다”며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송 목사는 성폭력 피해 여성을 위해 “법률지원팀과 의료지원팀을 구성해 피해자를 전체적으로 치료하고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 목사는 1992년 부산 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에서 ‘가정을 교회처럼, 교회를 가정처럼’을 내걸고 가정사역을 시작했다. 2002년 하이패밀리(사랑의 가정 연구소)로 이름을 바꾸고 교회 울타리를 넘어 ‘가족 친화적 기업 만들기’, 다문화 차별 개선, 이혼 방지, 성매매 방지, 가정경제 살리기, 건강가정기본법 제정, 앙코르 웨딩, 생명존중·장기기증, 자살 예방 등 일터와 사회 전반을 대상으로 가족 가치 회복 운동을 펴왔다. 자매기관인 행복발전소를 통해 인재 양성과 교육 훈련, 서포터스와 상담센터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누리집(hifamily.net), (031)772-3223.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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