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대학생 공동행동’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광화문에서 ‘3·8 대학생 선언’을 낭독하고 있다.
여성들의 분노가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미투’가 개강을 맞은 대학가도 뒤흔들고 있다. 논란에 휩싸인 대학들은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고, 교육부와 경찰도 현장 조사를 벌였다. 대학생 단체들이 모여 ‘성평등’을 위한 연대 목소리를 냈고, 대학원생들은 ‘노조’를 만들어 대학 내 뿌리 깊은 갑을관계를 문제 삼았다. 미투가 대학 문화에도 하나의 변곡점이 되는 모양새다.
연극영상학과 남자 교수 4명이 모두 학생들을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준 명지전문대에서는 교육부와 경찰이 현장 조사에 나섰다. 5일부터 현장 실태조사를 시작한 교육부 조사단은 7일까지 의혹이 제기된 교수들을 불러 조사하고, 학교와 총학생회 쪽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조사 내용도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도 5일 이 학교 연극영상학과 학생회를 방문해 사건 전반에 대한 파악에 나섰다.
연극연출가 오태석 교수의 성폭력이 폭로된 뒤 선후배 사이 ‘강간 몰카’ 등 학내 성희롱 문화도 도마에 오른 서울예대에서는 학생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예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6일 성폭력전담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재까지 접수된 30건의 제보에 대해 진상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총학생회 쪽은 “제보자의 개인 정보는 절대 보호될 예정이니 용기있게 목소리를 내달라”며 학내 성폭력 문화를 반드시 바꿔놓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학별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인 ‘대나무숲’을 통해 매일같이 익명 제보가 쏟아지자, 학생회 차원에서 성폭력 실태를 파악 중인 곳도 있다. 중앙대·동국대 등의 총여학생회는 익명 채팅방을 마련해 대학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해 제보를 받고 있다. 동국대 총여학생회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공지에서 “에스엔에스를 통해 확보한 증언은 총여학생회 차원에서 대응을 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익명 채팅방을 통한 직접 제보를 요청했다.
3월8일 ‘여성의 날’을 앞두고 대학생 단체들도 ‘미투 동참’ 의지를 밝혔다.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대학생 단체 70여곳이 모인 ‘3·8 대학생 공동행동’이 ‘3·8 대학생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미투 운동’으로 시작된 ‘여성해방’을 위한 사회적 변화에 ‘피해자이자 목격자, 주체’로서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대학생들은 ‘성폭력을 낳는 구조적 권력관계’가 대학 사회에도 예외 없이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발언에 나선 대학생 박지우(21)씨는 “대학에서는 남성 교수와 선배의 혐오 발언과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성폭력은 선의와 악의를 넘어 권력 구조의 문제다. 대학생들이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만큼 구조의 모순을 발견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원생들은 지난달 24일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대학원생노조)을 결성했다. 교수와의 갑을 관계 속에 자행돼온 인권침해와 성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적 움직임이다. 구슬아 대학원생노조 위원장은 “(노조 구성은) 더이상 교수나 대학 본부의 시혜를 기다리지 않고 대학원생이 스스로 자기 삶을 구성하겠다는 선언”이라며 “대학원생 인권침해 등 현안을 중점으로 다루겠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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