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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곳에서 사흘씩 머물며 노는 ‘우아한 여행’ 강추해요”

등록 2018-03-05 21:13수정 2018-03-05 21:27

【짬】 전국일주 여행기 공유하는 박미희·전귀정씨

박미희(왼쪽)·전귀정(오른쪽) 커플이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여행’의 즐거움을 몸짓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박미희(왼쪽)·전귀정(오른쪽) 커플이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여행’의 즐거움을 몸짓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일단 갔다. 미리 그 지역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도착해선 3일간 머물렀다. 그 지역의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그 지역의 숙박업소를 이용했다. 그 지역의 먹거리로 끼니를 때웠고 그 지역의 문화를 느꼈다. 그리고 그 지역의 주민들과 어울렸다. 3일이 지나면 떠났다. 그렇게 지난 21개월 동안 쉬지 않고 전국 158개 지자체를 돌아봤다. 독특하고도 고집스러운 여행이었다. 여행의 제목은 ‘우아한 여행-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여행’이다. 우아한 여행의 시작은 혼자 했으나 지금은 둘이 됐다.

먼저 여행을 다니던 박미희(54·왼쪽)씨는 1년 전부터 ‘연인’을 만나 함께 했다. 약사인 박씨가 만난 연인은 전귀정(55·오른쪽)씨. 직업군인이었던 전씨는 전역을 앞두고 1년간 우아한 여행을 함께 하며 제2의 인생을 준비했다.

‘우리나라 아름다움 만나는 여행’
박씨 21개월째 158개 지역 답사중
전씨 1년 전부터 동행하며 퇴역준비
인터넷 여행기 올리고 사진토크쇼도

“자유·희망·나눔…제2인생 도전”
“일상이 여행으로 느껴져 행복해요”

박미희·전귀정씨는 지난 2월말 무교동 시민누리공간에서 ‘전국 일주 우아한 여행’ 1년간의 동행 경험을 춤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박미희·전귀정씨는 지난 2월말 무교동 시민누리공간에서 ‘전국 일주 우아한 여행’ 1년간의 동행 경험을 춤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박씨가 처음 간 우아한 여행의 행선지는 경북 고령. 이유는 특별하지 않았다. ‘고령 박씨’였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고령에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연고자도 없었다. 박씨는 전국을 거의 다 돌아다녔다. 때로는 위험했고, 때로는 겁나기도 했다. 박씨의 여행에 3일씩 동참하는 여성들이 있기도 했다.

박씨는 우아한 여행의 세가지 원칙을 정했다. “먼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많이 느낍니다. 둘째는 그 지역 사람들이 만들어온 역사와 문화를 만나봅니다. 세번째는 그 지역의 자연환경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입니다.”

한곳에 3일씩 머물며 쉬지 않고 이어지는 우아한 여행은 이렇게 진행된다. 버스터미널 주변에 모텔을 정해 큰 배낭을 내려놓고, 작은 배낭에 그날 필요한 것들만 챙긴다. 그리고 시(군)청 관광과에 가서 그 지역에 대해 묻고 정보를 얻으며 추천을 받는다. 관광지를 포함하여 지역에서 자랑스러워하는 문화재와 역사 등을 탐색한다. 그다음에는 읍내를 어슬렁거린다. 지역과 친숙해지기 위해 나서는 걸음이기에 느긋하게 천천히 걷는다. ‘느림의 여행’이다. 물론 낯선 이방인의 설렘도 즐긴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삶을 느끼며 골목길을 걷는다. 마을의 유래는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지역의 박물관이나 향교를 찾아 첫날 오후를 보낸다. 저녁 즈음엔 재래시장을 찾는다. 장날이면 금상첨화다. 장에서 3일 동안의 먹을거리와 군것질거리를 장만한다. 여행 첫날에 지역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눌수록 낯선 분위기는 사라진다. 둘째 날은 지역 내 문화 유적지나 주요한 명소를 찾아 나선다. 셋째 날에도 지역 안에서 여행을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버스 노선을 미리 살펴본다.

대안학교 교사이면서 숲 해설가이기도 한 박씨가 혼자 하는 국내 여행을 시작한 계기가 있었다. “5년 전 스페인 산티아고 800㎞ 순례 길을 걸었어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게 되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니 여행의 맛이 깊어지는 것을 경험했어요. 그런데 언어의 문제로 한계를 느꼈어요. 우리나라를 여행한다면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할 것이고, 마음을 함께 나누는 정서적인 여행이 가능하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박씨는 우선 약국에서 일하며 부은 적금과 차를 팔아 목돈을 마련했다. 이어 호신용으로 전기충격기와 스프레이를 배낭에 넣었다. 여행 기록을 위한 작은 노트북, 필기구, 관광지도와 안내책자, 비상용으로 볶은 곡식을 챙겼다. 생존용 소시지 한 개는 길거리에서 사납거나 덩치 큰 개를 만나면 협상용 먹이로 필요했다. 식사도 원칙이 있었다. 아침은 간단하고 영양가 있는 것으로 했다. 요구르트, 우유, 볶음곡식, 누룽지, 채소를 번갈아 가며 먹었다. 점심은 가능한 한 지역 향토음식으로 먹었다. 저녁은 채소류와 간식 위주로 일찍 먹고 야식은 거의 먹지 않았다. 하루에 5만~6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35년간 복무한 전씨는 전역 1년 전부터 새로운 삶을 설계하며 ‘자유·희망·나눔’ 세가지 원칙을 세웠다. 더는 봉급 받는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 한번도 하지 않았거나 두려워했던 일에 도전하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기로 했다. 맨 먼저 춤에 도전했다. 참여연대의 느티나무아카데미에서 춤을 배웠다. 지난해 광화문의 촛불시위 때는 시민춤동아리 ‘도시의 노마드’와 함께 길거리 공연을 하기도 했다. 서울시50플러스센터에서 요리를 배우고, 희망제작소 모금전문가학교를 수강하며 여행에도 합류했다. 그는 우아한 여행을 하며 이 땅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그리고 인생 후반기 반려자인 박씨를 만났다. 둘 다 결혼을 한 경험이 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7·28일 서울 무교동의 시민누리공간에서 여행 사진을 전시하며 길에서 만났던 이들을 초청해 추억을 나눴다. 전씨는 “곡성에서 만난 노부부는 집에서 재워주고 헤어질 때 ‘바리바리’ 싸주시면서도 우리의 인적사항에 대해 한마디도 묻질 않았어요”라며 이름 모르는 그 부부를 추억했다. 박씨는 “누구나 자신의 삶을 예술로 가꿀 수 있다”며 “여행을 일상으로 하면, 일상이 여행으로 느껴져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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