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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단 사과하지 마?… 기자의 ‘성범죄 전담’ 변호사 상담기

등록 2018-03-04 15:07수정 2018-03-04 23:02

성범죄 상황 가정해 직접 받아본 법률상담
“실수, 오해” 등 남성 가해자 중심 법률광고 만연
“피해자에게 쉽게 사과하지 마라” 경찰조사 대응 팁도
성범죄 상담, 사기·폭행 등 형사사건 광고량의 2배
변협 “‘성범죄 전담 변호사’ 따로 없어…광고제재 검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의도는 없었지만 상대방의 오해나 한순간의 실수가 문제가 되어 성범죄에 연루된다.”(ㅇ법률사무소) “악의를 가진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덫을 놓아 성범죄자가 될 위기에 처한 사례도 있다.”(ㅊ법무법인) “개인적인 감정이나 원한, 변심으로 상대방을 성범죄 혐의로 고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ㄷ법무법인)

2일 한 포털 사이트에서 ‘성범죄 전문 변호사’를 검색했을 때 뜨는 광고글에 등장하는 문구들이다. ‘억울한, ‘오해에서 비롯된’, ‘한순간의 실수’ 등 성폭력 가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피해자가 불순한 의도를 갖고 가해자에게 접근했다는 식의 광고 문구를 담고 있다. 그러나 성범죄 전문 변호사들의 이런 왜곡된 변호 논리는 자칫 이른바 ‘꽃뱀론’ 등 성범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부추기고 ‘법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가해자들의 그릇된 확신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털 누리집 화면 갈무리.
포털 누리집 화면 갈무리.

무고죄를 범죄별로 분류한 통계가 없는데도 “무고죄의 40%가 성폭력 사건”(ㅎ법무법인)이라는 잘못된 사실을 늘어놓거나,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수 있는 피의자가 형사전문변호사를 만나면 구원의 손길을 얻어 일상에 복귀할 수 있다”(ㅅ법무법인)처럼 성범죄가 처벌 대상이 아닌 구제 대상이라는 인식을 표출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방어권은 보호되어야 하지만, 가해자 입장의 언어를 그대로 차용한 법무법인 광고는 성범죄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의 김현지 활동가는 “이러한 변호사 광고에는 성범죄가 ‘꽃뱀’으로 인해 발생한 행위라는 잘못된 인식이 드러난다”며 “‘성범죄 가해자가 자신의 행위를 반성할 틈조차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 난립하는 성범죄 변호 광고들은 가해자 입장에서 피해자를 의심하며 ‘무엇이 진짜 성폭력인지’를 선별해온 한국 사회의 낡은 성인식을 반영하면서 강화한다는 지적이다.

<한겨레>가 직장에서 여성 직원에게 강제추행을 한 가해자 상황을 가정해 일부 법무법인에 무료 상담을 받아보니, 이들은 무죄가 나올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설득하고 경찰 조사에 대응하는 자세한 요령까지 알려줬다. ㅎ법무법인 관계자는 “경찰이든 (회사) 징계위든 빠르게 조사를 받으면 안 되고, 먼저 법률 상담을 받아야 한다. 피해자에게 사과하면 (범죄를) 인정하는 꼴이니 일단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ㅇ법무법인은 “가해자가 (추행 사실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것이면 변호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드리겠다. 있는 사실을 없애달라고 하시면, 없앨 수 있는 사실은(증거가 없는 것은) 없애드릴 수 있다”고도 했다.

성범죄에 무분별하게 ‘전문’ 딱지를 붙인 변호사 광고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업무 광고 규정을 보면, ‘전문’ 표시의 경우 협회에 전문분야 등록을 한 변호사만이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전문분야 등록신청 분류표상의 형사사건에는 ‘형사법’, ‘군형법’만 명시되어 있고, 성범죄와 같은 세부 항목은 나와 있지 않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성범죄 전담 변호사’라는 광고의 경우 형사사건인 성범죄를 변호사 스스로 세분화해 광고한 꼴인데, 편법적이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있다”면서도 “아직 이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고 밝혔다.

황금비 임재우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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