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은하선씨.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칼럼니스트 은하선씨도 ‘#미투’에 동참했다. 은씨는 지난달 3일과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레슨 교사’였던 목관악기 연주자 ㅁ씨로부터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진학 전까지 성추행을 당했던 일을 증언했다. 관악기 전공자인 은씨는 “클래식 음악계도 진학과 생계를 좌우하는 레슨 교사의 성폭력 사실이 묵인된다는 점에서 연극계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은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은씨는 초등학교 6학년부터 재수할 때까지 약 8년간 자신의 레슨 교사 ㅁ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한다. ㅁ씨는 은씨를 포함해 가르치는 대부분 학생의 몸에 손을 댔고, 심지어 학부모의 몸을 만지기도 했다.
은씨는 학교 실기 성적이 좋은 경우에는 ㅁ씨가 자신을 무릎에 앉히는 등 성추행했고, 반대로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은씨는 “분명 선생님이 나를 만지는 것은 싫은 일인데 만지지 않은 것은 일종의 벌이자 나를 싫어한다는 의미였기에 혼란스러웠다”고 적었다. 은씨는 ㅁ씨의 이런 성추행 방식이 일종의 ‘가스라이팅’(피해자가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이었다고 설명했다.
2008년 ㅎ대학교 음대에 입학한 은씨는 자신의 싸이월드에 성추행 사실을 알렸고, 이 글이 학교에 퍼지면서 당시 ㅎ음대 강사로 활동하던 ㅁ씨는 권고사직을 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추행 사실을 알린 뒤 오히려 은씨에게 “음악계를 떠나고 싶지 않으면 ㅁ씨에게 사과하라”는 회유와 협박이 뒤따랐다고 한다. 은씨는 ㅎ대 교수 ㄱ씨로부터 “지금이라도 ㅁ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 음악 계속할 거 아니냐”는 꾸지람을, 유명 교향악단 ㄱ단원에게는 “난 그래서 내 딸을 ㅁ선생님한테 보낼 때는 옷을 단단히 입혀서 보냈다”는 핀잔을 들었다고 전했다.
은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자신이 당했던 성추행이 ‘연극계’의 관행화한 성폭력 행태와 빼닮았다고 설명했다. 예중·예고를 거쳐 음대에 입학하는 ‘계단식 진학’을 하게 되는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유명 레슨 교사가 갖는 권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은씨는 “음대에 진학하거나 콩쿠르에 나갈 때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고, 심지어 오케스트라에 들어갈 때도 선생님의 연줄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선생님의 문제를 비판하는 것은 음악을 그만두겠다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은씨는 “지금도 클래식 음악계에 성폭력으로 인지되지 않거나 묵인되는 성폭력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분야처럼 그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클래식계의 ‘침묵의 구조’가 그만큼 공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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