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무효 석방 촉구 집회’에 참가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해치마당에 몰려와 광화문광장에 있던 ‘희망촛불’ 조형물을 끌어내려 파손했다. 연합뉴스
3·1절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무효 석방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촛불 조형물을 파손하고 불을 질렀다.
태극기시민혁명국민운동본부, 애국문화협회 등 집회 참가자 300여명은 1일 오후 6시께 광화문광장 남쪽 ‘해치마당’ 인근에 설치된 ‘희망촛불’ 조형물을 쓰러뜨려 파손한 뒤 유인물 등을 불쏘시개 삼아 불을 붙였다. ‘희망촛불’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2016년 12월 문화예술인들이 제작한 8.5m 높이의 대형 조형물이다. 이 조형물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지만, 모두 떨어져 바닥에 뒹굴었다. 앞서 이들 친박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서울역 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 등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탄핵무효 석방 촉구 집회’에 참가한 뒤 광화문광장 쪽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부상자 발생 등을 우려해 진보단체 쪽과 충돌을 막고 주변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느라, 이들의 조형물 파손 행위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 다만 이들 보수단체 회원이 조형물에 불을 붙이면 소화기로 진화하기도 했다.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보수단체 회원 2명이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의무경찰 1명도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파손한 촛불조형물의 파손 전 모습. 연합뉴스
참가자들은 태극기에 성조기까지 흔들며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과 ‘문재인 탄핵’ ‘문재인 사형’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광장에 머무르다가 저녁 7시30분께 대부분 해산했다. 촛불 조형물이 파손된 데 대해 4·16연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만든 촛불 조형물을 파손하고 난동을 부린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며 “3·1절에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4·16연대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희망촛불’을 파손하고, 파손을 말리던 농성장 관계자 등을 폭행한 데 대해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은 채증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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