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석태 변호사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호사법 제1조 제1항 조문이다. 하지만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등에게 100억원의 부당한 수임료를 받은 최유정 변호사, 공군 비행장 소음피해 배상금 이자 14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최인호 변호사처럼 대형 ‘법조 비리’ 사건을 보면 현실은 법조문과 큰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2013년 개봉한 영화 <변호인>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인권 옹호와 사회 정의 실현에 기여하는 변호사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의 이익과 권리를 찾고자 진행했던 24건의 공익인권 소송을 모은 <한국의 공익인권 소송 2>(법문사)를 27일 발간했다. 1987년 6월항쟁 뒤 공익인권 소송 26건을 모아 2010년 발행한 <한국의 공익인권 소송>의 후속편이다.
23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덕수 사무실에서 만난 ‘한국의 공익인권소송 2 편집위원장’ 이석태(63·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는 지난해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출판의 계기였다고 말했다.
‘한국의 공익인권 소송 2’ 편집위원장
“박 전 대통령 탄핵 보며 출간 제안”
소수자·약자 ‘권익 소송’ 24건 사례 담당 변호사들이 실무자료까지 소개
법조 공익모임 ‘나우’ 출판비용 지원
“새 학기 서울대 대학원 강의 때 활용” “2016년 10월부터 시작한 평화적인 촛불혁명으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됐고, 최순실을 비롯한 국정농단 세력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적폐 상징이 무너졌다. 공익인권의 본질이 시민의 정당한 이익 보호와 국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면, 그렇게 하지 못했던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그동안 중요한 공익인권 소송을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변호사의 제안에 공감한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소장 송상교 변호사 등이 편집위원이 되어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대표적인 사례 24건을 선정했다. 그렇게 뽑힌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삼성 반도체 희귀질환 업무상 재해 사건,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 무효확인 및 취소 소송, 한센인 단종·낙태 국가배상청구 사건,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 취소 사건, 구치소 내 과밀수용행위 위헌확인 사건 등에 참여했던 변호사들이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배경, 법적 쟁점, 판결 주요 내용을 쓰고 소장, 준비서면 등 실무적인 자료까지 소개했다. 책 발행의 계기가 됐던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도 국회 대리인이었던 이용구 변호사가 총론에서 자세히 다뤘다. 이 변호사는 “24건은 양심의 자유, 소수자 보호, 노동, 환경·보건, 성평등, 과거사, 아동, 국제인권 등 여러 영역에서 상징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사건들이다. 이렇게 힘든 사건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급적 승소한 사건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 등이 공익활동 변호 지원을 위해 만든 ‘법조 공익모임 나우’의 공익사업비 지원도 힘이 됐다. <한국의 공익인권 소송 2>의 1차 대상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다. 앞서 나온 <한국의 공익인권 소송>도 대학원 등에서 교재로 활용됐다. 이 변호사도 새 책을 들고 2일부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과 만난다. 이 변호사는 “법학전문대에 입학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공익인권소송은 공익·인권 의식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법률가가 되면 좋을지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 호주제 폐지를 끌어낸 헌법소원 등이 자신의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이 변호사도 평생을 공익인권변호사로 살았다. 6월항쟁을 겪은 뒤 민변 창립에 참여했고 2004년 회장으로 당선됐으며, 참여연대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상임집행위원을 지낸 뒤 2014년에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이 됐다. 공익인권 변호사 선배로서 그는 “좋은 변호사란 변호사법의 사명을 평소에 늘 생각하고 삶에서 실천하는 변호사다. 그러려면 여러 법에 있는 ‘인권’ 관련 조항을 어떻게 실제로 구현할지 고민해야 하고, 한국적 상황에 맞는 ‘사회 정의’를 이해하기 위해 식민지 역사, 분단, 과거사 등도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23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덕수 사무실에서 이석태 변호사가 ‘한국의 공익인권소송 2’ 출간의 의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 김민경 기자
“박 전 대통령 탄핵 보며 출간 제안”
소수자·약자 ‘권익 소송’ 24건 사례 담당 변호사들이 실무자료까지 소개
법조 공익모임 ‘나우’ 출판비용 지원
“새 학기 서울대 대학원 강의 때 활용” “2016년 10월부터 시작한 평화적인 촛불혁명으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됐고, 최순실을 비롯한 국정농단 세력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적폐 상징이 무너졌다. 공익인권의 본질이 시민의 정당한 이익 보호와 국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면, 그렇게 하지 못했던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그동안 중요한 공익인권 소송을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변호사의 제안에 공감한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소장 송상교 변호사 등이 편집위원이 되어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대표적인 사례 24건을 선정했다. 그렇게 뽑힌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삼성 반도체 희귀질환 업무상 재해 사건,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 무효확인 및 취소 소송, 한센인 단종·낙태 국가배상청구 사건,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 취소 사건, 구치소 내 과밀수용행위 위헌확인 사건 등에 참여했던 변호사들이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배경, 법적 쟁점, 판결 주요 내용을 쓰고 소장, 준비서면 등 실무적인 자료까지 소개했다. 책 발행의 계기가 됐던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도 국회 대리인이었던 이용구 변호사가 총론에서 자세히 다뤘다. 이 변호사는 “24건은 양심의 자유, 소수자 보호, 노동, 환경·보건, 성평등, 과거사, 아동, 국제인권 등 여러 영역에서 상징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사건들이다. 이렇게 힘든 사건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급적 승소한 사건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 등이 공익활동 변호 지원을 위해 만든 ‘법조 공익모임 나우’의 공익사업비 지원도 힘이 됐다. <한국의 공익인권 소송 2>의 1차 대상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다. 앞서 나온 <한국의 공익인권 소송>도 대학원 등에서 교재로 활용됐다. 이 변호사도 새 책을 들고 2일부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과 만난다. 이 변호사는 “법학전문대에 입학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공익인권소송은 공익·인권 의식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법률가가 되면 좋을지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 호주제 폐지를 끌어낸 헌법소원 등이 자신의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이 변호사도 평생을 공익인권변호사로 살았다. 6월항쟁을 겪은 뒤 민변 창립에 참여했고 2004년 회장으로 당선됐으며, 참여연대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상임집행위원을 지낸 뒤 2014년에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이 됐다. 공익인권 변호사 선배로서 그는 “좋은 변호사란 변호사법의 사명을 평소에 늘 생각하고 삶에서 실천하는 변호사다. 그러려면 여러 법에 있는 ‘인권’ 관련 조항을 어떻게 실제로 구현할지 고민해야 하고, 한국적 상황에 맞는 ‘사회 정의’를 이해하기 위해 식민지 역사, 분단, 과거사 등도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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