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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안태근 성추문 한달…이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등록 2018-02-28 19:27수정 2018-02-28 20:51

서지현 검사 폭로 뒤 거대한 변화
“이젠 말하면 바뀐다” 효능감 깨달아
문화·예술·종교·학계 등 급속 확산

“피해자 중심주의“ 정착이 급선무
“자기 반성의 계기돼야 퇴보 안해”
“명예훼손 등 법제도 개선도 숙제”
폭발적으로 이어지는 미투 고백은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을 넘어 문화예술계·학계·언론계·종교계·대기업 등 전방위로 번져가며, 후진적인 문화에 깊은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다. 성폭력 현실의 야만성에 미투를 지지하는 ‘위드유’의 목소리도 커져만 가고 있다. 미투 한 달, 한국 사회는 이제 미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투 운동의 시작은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의 용기있는 폭로에서 시작됐다. 서 검사는 지난달 29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안 전 국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법과 정의를 수호한다는 검사마저 내부 성폭력 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단 고백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 법조계에서 불 붙은 미투 운동은 연극계 대부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관행화된 성폭력 혐의가 드러나면서 문화예술계로 불이 붙었다. 내부 권력을 이용한 그들의 성폭력 문화는 ‘이끼’처럼 뿌리깊고 넓었다. 이어 배우 조민기씨와 조재현씨 등 유명 연예인의 성추문이 터져 나왔고, 천주교 신부에 대한 성폭력 폭로까지 이어지면서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위계 구조와 성차별적 문화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제 미투는 피해자가 모든 걸 걸어야 가능했던 ‘운동’의 수준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의 관행을 바꾸는 ‘문화적 저류’로 자리잡는 형국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 사회가 미투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과거 수많은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폭로는 조직 질서를 깨는 이단아로 취급되거나 ‘꽃뱀’ 따위의 경멸적 시선에 내몰리곤 했다. 무고·명예훼손 등의 역습에 휘말리는 사례도 많았다. 그러나 서 검사 폭로 이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커지면서 그동안 피해를 당하고도 나서지 못했던 여성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바뀔 수 있다는 효능감 덕분이다. 김지현 고양성폭력상담소장은 “언젠가 또다시 관성이 작동할 수 있겠지만, 말하면 바뀐다는 사실을 자각했다는 게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과거 큰 반향 없이 묻혔을지 모를 피해 고백은 사회 전반의 ‘연대’에 힘입어 가해자 처벌과 권위적 가해 문화의 해체로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서 검사의 폭로 이틀 만에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꾸려 진상 규명에 나섰고, 이 과정에 현직 부장검사가 구속기소 됐다.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거론돼 온 고은 시인의 작품은 이제 교과서에서 삭제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그간 피해자 말에 귀 기울이지 않던 사회가 응답함으로써 ‘이제는 말해도 된다’는 신뢰가 형성되고 있다.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은 “‘지금쯤이라면 내 고백이 묻히지 않고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사회에 대한 신뢰가 생겼기 때문에 미투 운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미투가 한걸음 더 나가기 위해서 시선을 이동해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피해자의 폭로를 넘어 구성원의 성찰과 혁신을 이끄는 기제로 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누군가 어떤 피해를 당했단 사실을 말했다는데 주목하는 게 아니라, 자신 역시 방조자나 가해자가 아니었을지 자기 반성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투의 문제의식이 실질적 사회적 규율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받침대를 마련하는 것 역시 숙제로 꼽힌다. 피해자들의 고백을 받아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플랫폼을 만들고, 이들의 고백이 명예훼손 등의 처벌로 이어지지 않도록 형법 307조(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 법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투 바람이 잠잠해지는 순간 ‘2차 가해’가 피해자를 덮치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극계의 반성폭력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상당수 가해자가 문화예술계의 ‘왕’인 현실에서 피해자들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법과 제도적 개선이 힘을 발휘하려면 성폭력 가해자가 관련 공동체에 다시 발을 못 붙이게 하는 등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지민 선담은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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