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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미투 가해자의 자백, ‘셀프 면죄부’ 악용 막을 방법 없나요?

등록 2018-02-28 05:00수정 2018-02-28 14:10

배우 최일화·뮤지컬 대부 윤호진
‘성추행했다’ 스스로 공개했지만
피해자들 “면피용 물타기” 분노

당사자에 정확한 내용 직접 사과
확실한 ‘법적 처벌’ 받도록 해야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미투’ 태풍이 한국 사회를 강타한 가운데 최근 들어선 선제적인 ‘가해자의 자백’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해자들의 ‘면피성 자백’에 2차 폭로가 이어지며 논란이 더 커지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가해자들의 자발적 반성 움직임은 북돋우되 자백이 ‘물타기’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세심한 사회적 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우 최일화씨는 지난 25일 수년 전 자신이 성추문에 휘말렸던 사실을 고백하며 사죄의 뜻을 밝혔다. 최씨는 다음달 첫 방송 예정이었던 드라마 등 활동을 중단하고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 세종대 교수 등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의 고백은 다시 ‘진실게임’에 접어들었다. 극단 신시에서 최씨와 함께 연극을 했다는 피해자가 “성추행이 아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이 피해자는 “(최씨가) 마치 가벼운 성추행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분노를 참을 수 없다. 명백한 성폭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국내 뮤지컬계의 대부로 꼽히는 윤호진 에이콤 대표도 24일 보도자료를 내어 자신을 둘러싼 성추행 소문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사과문에서 “피해자분의 입장에서 피해자분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사실상 제보자를 색출하면서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소리 소문 없이 묻혔을 피해자들의 고백이 ‘제 발 저린’ 가해자들의 자백을 이끌어내는 것은 미투 운동의 효과로 볼 수 있지만 김빼기용 자백은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하경주 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은 “미투 운동의 압박이 스스로 가해 사실을 돌아보게 만든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가해자 자백은 나중에 누군가 문제제기를 했을 때 ‘나는 이미 반성했잖아’라는 면피의 용도로 사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 창경궁로 30스튜디오에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추행 사과 기자회견에서 한 연극인이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 19일 오전 서울 창경궁로 30스튜디오에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추행 사과 기자회견에서 한 연극인이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에 따라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지 않는 자백 방식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여성민우회에는 자신의 성추행을 고백하는 가해자 두세명의 상담이 접수됐다고 한다. 이들은 “예전에 성폭력 가해를 한 것 같다. 시간이 지나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을 것 같은데, 민우회에서 진행하는 가해자 교육을 받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우회는 이들에게 가해자 교육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소희 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가해자들이 무슨 뜻으로 교육을 요청했는지는 모르지만, ‘지난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한다면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하고 죗값에 상응하는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안내했다”며 “진심으로 가해 사실을 반성한다면 피해자를 세심하게 고려해 정확한 내용으로 직접 사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해 사실을 분명히 확인하고 온당한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출 때 가해자의 ‘셀프 면죄부’도 막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소희 사무국장은 “가해자들은 지난날의 나와 앞으로의 내가 다른 존재가 되겠다는 실천을 해야 한다. 개인이 어떻게 달라지려 노력하고 실천하는지 주변에서도 바라보고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나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피해 여성들의 고백만큼이나 가해 남성들의 고백과 성찰도 필요하다”며 “현재 법으로도 성범죄를 확실히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지만 작동되지 않는 현실을 점검해 이것부터 제대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영 임재우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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