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관객 #위드유(withyou) 집회 포스터
“공연 올린다던 예술가들은 어디 가고 추악한 성범죄자들이 무대 위에 서 있는가.”
공연·예술계 성폭력을 향한 관객들의 성토가 25일 오후 연극의 중심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울려 퍼졌다. 이날 ‘연극·뮤지컬 관객 #위드유(withyou)’ 집회는 공연의 수요자인 관객들이 직접 경비를 모으고, 집회 신고를 하고, 팻말과 구호까지 자발적으로 마련했다. 공연계 내부자들의 용기있는 ‘미투’에 관객이 곁에 선 ‘위드유’가 외부적으로 표출된 첫 집회다.
마로니에 공원에 자리잡은 300여명의 관객들은 각자 “공연계 성폭력 아웃”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폭로를 지지합니다” 등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관객들은 “범죄자는 자숙 말고 자수하라” “성범죄자 무대 위 재활용, 관객들이 거부한다” 등 구호를 번갈아 외치며 가해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관객들은 피해자들에게는 연대의 뜻을 전하고 가해자들에게는 무대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박아무개(47)씨는 “관객들을 기만한 일부 연출자·배우의 위선에 충격 받았다”며 “이런 분노가 축적되고 확산되면 분명히 변화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학 카페를 운영하며 연극 무대에도 오른다는 김발렌티노(60)씨는 “얼마 전까지 연희단거리패의 <백석 우화>라는 작품을 감명 깊게 봤는데 미투를 접하면서 혼란스러웠다”며 “남성의 한 사람으로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한 시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관객들의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공연을 사랑하는 고등학교 3학년이라 자신을 소개한 한 자유발언자는 “제가 좋아하는 뮤지컬 음악감독, 뮤지컬이 올라온 극장의 대표, 그 무대에 오른 배우가 성폭행 가해자라는 미투 글을 봤다”며 “미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을 몰아내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위드유 집회를 제안했던 이아무개(23)씨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관객들은 성범죄자의 무대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 집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관객들은 자신이 가진 시간의 일부를 떼어 공연을 관람한다. 공연을 보고 살아가는 힘을 얻고 위로를 받는다”며 “그런 소중한 공연이 피해자의 눈물로 만들어지고 가해자의 폭력으로 더렵혀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조금이나마 위로받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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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연극·뮤지컬 관객 #withyou(위드유)'집회에서 연극계 관계자들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