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남이랑 북이랑 통일운동’ 대표 이재봉 교수
“촛불시민이 ‘2018년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 민주·평화 대통령(김대중)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는데, 올해는 민주·평화 대통령을 세운 시민이 두번째 수상자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지난달 25일 한국의 촛불시민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원광대 이재봉(63·정치학) 교수는 “노벨상 추천으로 ‘평화’와 ‘비폭력’이라는 가치가 더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촛불시민 1700만명 ‘노벨상 후보’로 추천
지난해초 ‘대통령 탄핵’ 이전 준비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가 진정” 은사 갈퉁 교수 ‘추천’ 요청하자 거부
“미국에 휘둘리는 노벨상 권위 없다”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 10여명은 호응 그는 애초 지난해 2월 촛불시민을 노벨평화상에 추천하려 했지만 이미 마감이 끝나 때를 놓쳤다. 노벨평화상을 선정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해마다 1월31일 자정(미국 동부시각 기준·한국은 2월1일 오후 2시)까지 추천을 받아 2~3월에 후보 명단을 작성한 뒤, 3~8월 검토·심사하며, 10월에 수상자를 결정해 12월10일 시상한다. 추천부터 시상까지 거의 1년이 걸리는 셈이다. 그렇더라도 지난해 2월은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3월10일)을 하기 전이었다. 그때 벌써 추천하려 한 이유가 궁금했다. “평화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합니다.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가 제 소신입니다. 촛불시위가 진행될 때 ‘저렇게 많은 사람이 저렇게 아름답고 참신하게 평화적·지속적으로 시위하는 것을 세계 어디에서 또 찾아볼 수 있겠냐’는 생각에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노벨평화상을 추천하려 한 것입니다.” 그는 ‘비폭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2016년 12월 <워싱턴 포스트>가 지적했듯이, 촛불시민은 비폭력 시위가 얼마나 강력하고 평화적이며 효과가 있는지 전세계에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세계평화에 기여했다고 믿기에 추천했습니다.” 한국의 촛불시민 1700만명은 지난해 12월 독일에서 ‘에버트인권상’을 이미 받았다. 굳이 노벨상에 또 추천한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노벨평화상은 평화에 초점을 맞춥니다.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집회의 의의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비폭력 시위를 통한 평화적 정권교체였습니다. 인권상이 상징하는 의미와는 조금 다릅니다.” 혼자서 준비하느라 어려움은 없었을까. “인터넷으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누리집에 접속해 신청하기만 하면 돼 아주 간단합니다. 추천의 당위성을 영어로 쓰고 그와 관련한 영문 자료를 조금만 첨부하면 됩니다.” 정말 촛불시민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을까? “쉽지는 않겠지요. 2016년과 2017년에 추천받은 사람 또는 단체가 이미 300명이 넘었으니 경쟁률이 350 대 1 정도 될 듯합니다. 간추린 후보 명단에만 들어도 홍보가 크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노벨위원회는 평화상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을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 대학교수, 평화상 수상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회의 5명이 심사위원을 맡는 노벨위원회는 추천자 범주에 국회의원을 맨 먼저 내세우고 있어 정치인 추천이 더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정치인 추천자가 많으면 수상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천정배 의원 등에게도 추천 소식을 알렸단다. 이 교수는 은사이자 노르웨이 출신인 ‘현대 평화학의 창시자’ 요한 갈퉁(88) 교수에게도 추천을 의뢰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갈퉁 교수는 주저없이 거절했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에도 관심이 많은 그이지만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모두 미국에 너무 휘둘린다며, 노벨상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학 동안 미국을 방문하고 지난달 23일 귀국한 그는 지인을 통해 한반도 전문가인 세계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와 브루스 커밍스에게도 촛불시민의 평화상 추천을 의뢰해둔 상태라고 했다. 이밖에도 10여명의 미국 내 교수들이 직접 추천을 했거나 하겠다는 뜻을 그에게 전해왔다. 이 교수는 동국대와 미국 텍사스텍대학을 거쳐 하와이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6년부터 원광대에서 주로 미국 정치와 평화 연구, 북한 사회와 통일 문제 등을 강의하고 있다. 1999년부터 ‘남이랑 북이랑 더불어 살기 위한 통일운동’(이재봉의 평화세상·blog.daum.net/pbpm21)을 펼치고 있다. 통일경제포럼 공동대표도 맡고 있는 그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남북한 단일팀 구성은 바람직한 일이고, 한국과 미국에서 이를 거부하며 방해하는 세력 때문에 순탄치 않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중심만 잘 잡는다면 한걸음씩 꾸준히 나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이재봉 원광대 교수.
지난해초 ‘대통령 탄핵’ 이전 준비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가 진정” 은사 갈퉁 교수 ‘추천’ 요청하자 거부
“미국에 휘둘리는 노벨상 권위 없다”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 10여명은 호응 그는 애초 지난해 2월 촛불시민을 노벨평화상에 추천하려 했지만 이미 마감이 끝나 때를 놓쳤다. 노벨평화상을 선정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해마다 1월31일 자정(미국 동부시각 기준·한국은 2월1일 오후 2시)까지 추천을 받아 2~3월에 후보 명단을 작성한 뒤, 3~8월 검토·심사하며, 10월에 수상자를 결정해 12월10일 시상한다. 추천부터 시상까지 거의 1년이 걸리는 셈이다. 그렇더라도 지난해 2월은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3월10일)을 하기 전이었다. 그때 벌써 추천하려 한 이유가 궁금했다. “평화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합니다.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가 제 소신입니다. 촛불시위가 진행될 때 ‘저렇게 많은 사람이 저렇게 아름답고 참신하게 평화적·지속적으로 시위하는 것을 세계 어디에서 또 찾아볼 수 있겠냐’는 생각에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노벨평화상을 추천하려 한 것입니다.” 그는 ‘비폭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2016년 12월 <워싱턴 포스트>가 지적했듯이, 촛불시민은 비폭력 시위가 얼마나 강력하고 평화적이며 효과가 있는지 전세계에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세계평화에 기여했다고 믿기에 추천했습니다.” 한국의 촛불시민 1700만명은 지난해 12월 독일에서 ‘에버트인권상’을 이미 받았다. 굳이 노벨상에 또 추천한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노벨평화상은 평화에 초점을 맞춥니다.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집회의 의의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비폭력 시위를 통한 평화적 정권교체였습니다. 인권상이 상징하는 의미와는 조금 다릅니다.” 혼자서 준비하느라 어려움은 없었을까. “인터넷으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누리집에 접속해 신청하기만 하면 돼 아주 간단합니다. 추천의 당위성을 영어로 쓰고 그와 관련한 영문 자료를 조금만 첨부하면 됩니다.” 정말 촛불시민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을까? “쉽지는 않겠지요. 2016년과 2017년에 추천받은 사람 또는 단체가 이미 300명이 넘었으니 경쟁률이 350 대 1 정도 될 듯합니다. 간추린 후보 명단에만 들어도 홍보가 크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노벨위원회는 평화상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을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 대학교수, 평화상 수상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회의 5명이 심사위원을 맡는 노벨위원회는 추천자 범주에 국회의원을 맨 먼저 내세우고 있어 정치인 추천이 더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정치인 추천자가 많으면 수상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천정배 의원 등에게도 추천 소식을 알렸단다. 이 교수는 은사이자 노르웨이 출신인 ‘현대 평화학의 창시자’ 요한 갈퉁(88) 교수에게도 추천을 의뢰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갈퉁 교수는 주저없이 거절했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에도 관심이 많은 그이지만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모두 미국에 너무 휘둘린다며, 노벨상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학 동안 미국을 방문하고 지난달 23일 귀국한 그는 지인을 통해 한반도 전문가인 세계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와 브루스 커밍스에게도 촛불시민의 평화상 추천을 의뢰해둔 상태라고 했다. 이밖에도 10여명의 미국 내 교수들이 직접 추천을 했거나 하겠다는 뜻을 그에게 전해왔다. 이 교수는 동국대와 미국 텍사스텍대학을 거쳐 하와이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6년부터 원광대에서 주로 미국 정치와 평화 연구, 북한 사회와 통일 문제 등을 강의하고 있다. 1999년부터 ‘남이랑 북이랑 더불어 살기 위한 통일운동’(이재봉의 평화세상·blog.daum.net/pbpm21)을 펼치고 있다. 통일경제포럼 공동대표도 맡고 있는 그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남북한 단일팀 구성은 바람직한 일이고, 한국과 미국에서 이를 거부하며 방해하는 세력 때문에 순탄치 않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중심만 잘 잡는다면 한걸음씩 꾸준히 나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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