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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박근혜 말 받아쓴 ‘안종범 수첩’ 배척…“자백 수준 증거 요구” 우려

등록 2018-02-07 06:58수정 2018-02-07 11:24

박근혜 지시 내용도 인정안해…모르쇠 버티는 자 손 들어줘
2016년 9월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가운데)이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6년 9월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가운데)이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법조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내용 대부분을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두고도 ‘무리한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 전 수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고 인정한 바 있는 이 업무수첩은 다른 ‘국정농단’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뒷받침할 증거로 수차례 인정된 바 있다.

재판부가 문제 삼은 대목은 수첩에 적힌 내용의 ‘진실성’(신빙성)이다. 박 전 대통령이나 이 부회장에게 수첩에 적힌 대화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다면, 이를 듣고 받아 적었다는 안 전 수석의 기록은 대화나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할 증거로 받아들일 수 없단 취지다.

하지만 이는 앞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은 물론, 비슷한 종류의 업무수첩을 유죄 증거로 활용한 다수의 ‘국정농단’ 재판부와도 다른 판단이다. ‘삼성 뇌물’ 수수자인 최순실씨와 박 전 대통령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지난해 12월 장시호씨 등 선고공판에서 이 수첩을 “안 전 수석이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말을 기계적으로 적은 것”이라고 인정했다. 또 수첩에 언급된 돈과 실제 후원액수가 일치하고,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2015~2016년 면담을 한 당일 수첩에 빙상, 승마 관련 지시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단독면담에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후원을 요청했다고 봤다.

이밖에 지난해 11월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이재영)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항소심에서 김성민 전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장 교체에 대한 문 전 장관 진술과 안 전 수석 업무수첩 내용이 일치한다고 보고, 박 전 대통령이 삼성 합병 찬성 지시를 내렸다고 판단했다. 또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발언을 기록한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업무수첩 역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김 전 실장 등의 유죄 판단 근거로 활용됐다.

법조계에선 이번 재판부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수첩의 증거능력을 일괄 배제하면서 생길 수 있는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형사부의 한 부장판사는 “뇌물공여자와 수수자가 부정청탁을 주고받은 대화 내용에 대해 함구하거나 부인하는 이상, 그 대화 내용을 뒷받침할 어떤 증거도 받아들일 수 없단 논리로, 자백 수준의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다른 판사는 “진술자가 법정에서 증언할 수 없는 예외적 상황이나 업무상 필요로 작성된 문서는 통상 증거로 인정하는데, 재판부가 지나치게 엄격히 본 것 같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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