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국가정보원장(가운데)이 지난 2009년 9월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 김숙 1차장, 박성도 2차장, 최종흡 3차장. 김봉규 <한겨레21> 기자 bong9@hani.co.kr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기 거액의 대북공작금을 유용해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풍문성 비위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최종흡 전 국가정보원 3차장과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의 구속영장을 29일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이들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대북공작금 10억여원을 유용해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가십성 비위를 수집하는 데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설명을 종합하면, 이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관련해선 ‘미국 비자금’을 추적한다며 담당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사안에 대북공작금을 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선 ‘노 전 대통령 비리를 잘 알고 있는 측근을 해외에서 데려오겠다’며 필리핀 당국에 뇌물까지 주면서 이른바 ‘측근’을 추방 형식으로 국내에 데려온 뒤 소환조사까지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국정원 대북공작국은 이 두 사안에 각각 ‘데이비드슨’ ‘연어’라는 작전명을 붙였다고 한다. ‘데이비드슨’은 영어 머리글자(D)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니셜(DJ) 첫 글자가 같아서, ‘연어’는 퇴임 후 고향 마을로 돌아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생역정을 비유해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두 전직 대통령과 관련해 국정원이 캐내려 했던 풍문들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검찰 쪽 설명이다.
검찰은 원 전 원장도 이들의 대북공작금 유용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개인 행동이 아니라 (국정)원 차원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며 “대북공작금을 특정 정치인의 어떤 비위라든지 풍문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썼다면 그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제기된 한명숙 전 총리 등 당시 야당 유력 정치인과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대북공작금이 정치권에 전달됐다는 정황은 파악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으로 원 전 원장을 넘어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국정원 자금을 유용해 불법 정치개입 등에 사용하도록 지시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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