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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조윤선 6개월만에 재수감 결정타는 ‘청 캐비닛 문건’

등록 2018-01-23 12:38수정 2018-01-23 22:08

1심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 무죄 선고됐지만
2심에 특검 낸 ‘청와대 캐비닛 문건’ 주요 증거돼
법원 “정무수석 때 지원배제 업무 인식하고 지시·승인”
박근혜 정부 시절에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뒤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에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뒤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실행 혐의가 1심과 달리 2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항소심 재판부가 특검이 새로 제출한 ‘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바탕으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할 때 조 전 장관의 블랙리스트 실행 승인·지시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조영철)는 23일 문체부 산하 위원회 담당자들에게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이나 단체의 정부 지원을 배제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된 조 전 장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날 법정 구속된 조 전 장관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는 재판부 질문에 고개를 저은 뒤 구치소로 향했다.

먼저 2심은 1심과 달리 조 전 장관이 2014년 6월~2015년 5월 정무수석으로 재임할 때 블랙리스트를 자신의 업무로 인식했다고 인정했다. 1심은 조 전 장관의 전임자인 박준우 정무수석의 ‘블랙리스트’ 인수인계, 신동철 전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의 ‘블랙리스트’ 업무보고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 조윤선은 전임 정무수석 박준우로부터 ‘민간단체 보조금 티에프(TF)’가 운영됐고 그 결과가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사실을 인수인계 받았다. 정무수석으로 부임한 이후에도 신동철로부터 티에프 진행 경위와 ‘문제단체 조치내역과 관리방안’ 문건을 보고받았다”고 다르게 판단했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해 10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해 10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조 전 장관이 보고받은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로 2014년 만들어진 ‘민간단체 보조금 티에프(TF)’가 만든 좌파 지원배제 명단이 담긴 보고서다. 재판부는 “이 보고서는 지원배제 계획과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정무수석실에서 ‘좌파 등의 명단을 지속적으로 관리, 보완하여 그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감시’하겠다는 내용”이라며 “피고인은 박 전 수석으로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받고 신 전 비서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음으로써 보고서의 핵심적인 내용을 인식하고 수용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2심에서 새 증거로 제출된 ‘청와대 캐비닛 문건’은 조 전 장관의 유죄 인정의 결정타였다. 재판부는 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증거로 제시하며 “정무수석인 피고인의 지시나 승인 없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정무수석실과 민정수석실 캐비닛에 보관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블랙리스트, 한·일정부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 등의 문건을 발견했다. 특검은 이 문건들을 블랙리스트 재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등에 증거로 제출했다.

정무수석실에서 발견된 2015년 3월7일 실수비(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회의 결과 문건에는 수기로 ‘정부 지원 차단’ 등이, 2015년 3월9일자 작성된 비서실장 지시 이행사항에는 정부 위원회, 공공기관 임원 임명 배제 등이 기재돼 있었다. 재판부는 “이 두 문건은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을 종북 척결의 계기로 삼으라는 2015년 3월7일 실수비 회의 비서실장 지시사항 관련한 정무수석실의 지원배제 검토, 논의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정무수석실에서 좌파 지원을 배제했다는 유력한 근거”라며 “이와 같은 검토가 피고인의 지시나 승인 없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2014년 11월께부터 정무수석실에서 교문수석실의 요청에 따라 지원배제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한 명단 검토가 반복해 이루어졌다”며 “2015년 3월께는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문건에 첨부된 지원배제 대상 명단을 문체부에 하달하여 과거 지원 내역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다”고도 재판부는 인정했다. 이를 종합하면 재판부는 “정무수석실의 지원배제에 관한 업무에 관하여 인식하고 정무수석으로서 역할을 수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조 전 장관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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